평일의 먹는 습관은 일정하다. 아침은 공복에 커피, 점심은 밖에서 식사 혹은 도시락, 저녁은 집에서 소식 혹은 좋아하는 주류 한잔. 그 외에 간식, 빵 종류는 잘 먹지 않는다. 솔직히 먹을 시간이 없다.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먹는 데 여유를 둘 시간이 없다.
어느 순간 앉아서만 일하다보니 예전같지 않은 내 몸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20대 때 지점 언니가 나에게, 어쩜 이렇게 배가 하나도 없니? 라고 했을 때 당연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아이 둘 낳고 그 언니의 나이가 되어보니 언니의 질문이 이해가 간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나는 <내가 본 것이 나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는 눈을 뜨고 있지만 실제로 보지는 못한다. 그냥 보는 것은 할 지언정 유심히 보지 못한다. 유심히 보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것에 대해 관심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나는 하루동안 무엇을 볼까. 아침에 10분 남짓 아이들을 보고, 하루의 절반 이상을 컴퓨터 모니터를 본다. 동료의 얼굴을 보고, 고객의 얼굴을 본다. 퇴근 후엔 1-2시간남짓 남편의 얼굴과 아이의 얼굴을 본다. 참, 출퇴근 길 버스 밖으로 보이는 잠깐의 낙엽도 내가 보는 풍경 중 하나이다.
요즘처럼 가을 날씨엔 출퇴근 시간 잠깐이 아니라 오래도록 이 풍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상은 사무실에 10시간 이상 있지만 말이다.
내가 보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책이다. 내가 보는 책이 나를 만든다. 몇년 전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글귀,,, 아름다운 세상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좋은 책 한권을 만난 순간이면 수천만원을 번 것같은 기분이 들 정도의 쾌감을 느꼈다. 좋은 풍경을 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좋은 글, 좋은 책을 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뒤로는 책을 사는데 돈을 절대 아끼지 않았다. 집이 책으로 가득차도, 그래서 엉망이 되어도 책을 꾸준히 샀다. 어른 책, 아이 책 할 것 없이 집에는 책이 차고 넘친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도 좋지만 좋은 책은 두고 두고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어른 책도 아이 책도 꾸준히 산다. 지금도 티비 없고, 학원도 다니지 않는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친구는 책이다.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아니, 공부하지 말라고 한다. 니가 필요하면 하는 거고, 니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라고 한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딱 하나다. 바로 독서습관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 스스로 공부를 월등히 잘하는 우등생은 아니었지만,남들에게 뒤쳐지지 않을 만큼은 했다.누가 시켜서가 아니고 스스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가 가족을 책임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장녀로서의 책임감이었다.공부는 스스로 자각해서, 필요에 의해 하는 것이지 강요로 하는 공부는 그 효과에 대해 의문이 든다.
내가 부모로서 중요시 하는 것은 독서다. 지식과 지혜는 다르다. 우리 아이들이 지식이 많은 사람보다 지혜가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이 아니라 기준을 나에게 두고 내 행복을 찾아나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살아주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다.
좋은 대학, 높은 학점, 대기업, 고연봉. 이런 것들이 성공의 척도는 아니다. 돈을 많게 벌든, 적게 벌든 내가 하는 일에 가치를 느끼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삶. 그런 삶을 우리 아이들이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삶을 살아가는데 수능 점수는 중요하지 않다. 나의 가치는 등수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세상에 무엇을 남길 수 있느냐로 결정된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삶을 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