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감정만을 가지고 싶어 하는 손님

감정상점 II

by Lamie

감정상점의 문이 열렸다.


이번에 들어온 손님은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가게 안으로 걸어와 감정의 병들이 놓인 선반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에는 망설임이 가득했다.


감정상인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어떤 감정을 찾으십니까?”


여성은 한동안 침묵했다.


그리고 마침내,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단 하나의 감정만 가지고 싶어요.”


감정상인은 흥미로운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단 하나의 감정만요?”


여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너무 많은 감정을 가지고 살아왔어요. 기쁘다가도 불안하고, 사랑하다가도 상처받고, 기대했다가도 실망하고… 감정이 많을수록 너무 피곤해져요. 그래서 저는 단 하나의 감정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버리고 싶어요.”


감정상인은 그녀의 말을 가만히 듣고 나서 조용히 물었다.


“그렇다면, 어떤 감정을 남기고 싶습니까?”


여성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아직 모르겠어요.”


그녀는 선반에 놓인 감정의 병들을 바라보았다.


“기쁨만 남긴다면, 저는 언제나 행복할 수 있을까요?”


감정상인은 고개를 저었다.


“기쁨만 있으면, 그 기쁨이 무엇에서 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슬픔이 있어야 기쁨이 빛을 발하죠.”


여성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사랑만 남기면 어떨까요? 사랑은 좋은 감정이잖아요.”


감정상인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사랑도 혼자 남을 수는 없습니다. 사랑에는 기대가 따르고, 기대에는 실망이 따라올 수도 있죠. 사랑만 남기고 나머지를 지운다면, 그 사랑은 온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여성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그럼… 평온은요? 감정이 너무 많아 피곤하니까, 평온만 남기면 괜찮을까요?”


감정상인은 서랍을 열어 작은 유리병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는 아무런 빛도 없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조용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이것은 ‘완전한 평온’입니다.”


여성은 조심스럽게 병을 집어 들었다.


“이걸 사용하면, 저는 더 이상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겠죠?”


감정상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감정을 모두 내려놓는다는 것은 곧, 삶의 강렬함도 함께 내려놓는다는 뜻입니다. 아무런 감정의 기복이 없는 삶이 진정한 평온일까요?”


여성은 병을 꼭 쥔 채 고민했다.


그녀는 그토록 바라던 감정을 앞에 두고 있었지만, 왠지 쉽게 병을 열 수가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기쁨도, 사랑도, 슬픔도, 기대도, 실망도… 다 버리고 싶었는데… 막상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이상하게 두려워지네요.”


감정상인은 조용히 말했다.


“감정이 많아 피곤할 때도 있지만, 감정이 없다면 삶은 너무 조용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요?”


여성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주 천천히, 병을 다시 내려놓았다.


“…그냥, 있는 그대로 살아볼게요.”


감정상인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선택이십니다.”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가볍게 감정상인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감정을 버리지 않은 채, 감정을 지닌 사람으로서 가게를 나섰다.


감정상인은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감정이 많아 괴로울 수도 있지만, 감정이 없다면 그건 살아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감정이란 많고 적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안고 가느냐의 문제지.”


— To be continued…


(다음 화에서는 감정상점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감정을 찾는 손님’이 찾아오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월, 수, 금 연재
이전 02화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