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상점
감정상점의 문이 열렸다.
이번에 들어온 손님은 젊은 남성이었다. 그는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선반에 가득 찬 감정의 병들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는 감정상인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제가 찾는 감정이 여기 있을까요?”
감정상인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어떤 감정을 찾고 계십니까?”
남성은 잠시 고민하듯 망설이다가, 아주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감정입니다.”
감정상인은 순간적으로 손을 멈추었다.
“존재하지 않는 감정이라니, 무슨 뜻이죠?”
남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기쁨, 슬픔, 사랑, 미움, 후회, 희망… 그런 감정들이 아니라, 이 세상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 감정이요. 저는 살아오면서 모든 감정을 겪어봤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가 없어요. 저는… 아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감정을 원합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묘한 허탈함이 섞여 있었다.
“사람들은 감정이 무한하다고 말하지만, 결국 우리는 같은 감정을 반복하며 살아갑니다. 저는 그 모든 감정을 경험했고, 이제 새로운 감정을 찾고 싶어요. 전혀 다른 감정,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감정을요.”
감정상인은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존재하지 않는 감정을 원한다면, 그것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남성은 피식 웃었다.
“그래서 여기에 온 겁니다. 감정을 사고파는 이곳이라면, 혹시 그런 감정도 있을까 해서요.”
감정상인은 천천히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오래된 유리병 하나를 꺼냈다.
그 병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것은 ‘미지의 감정’입니다.”
남성은 흥미롭게 병을 바라보았다.
“이 병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요?”
감정상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 병에는 아직 정의되지 않은 감정이 들어 있습니다. 이 감정을 사용하면, 당신은 세상에서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감정이 기쁨일지, 슬픔일지, 아니면 전혀 예상치 못한 감정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남성은 조용히 병을 손에 쥐었다.
“그럼, 제가 이 병을 열면… 저는 완전히 새로운 감정을 갖게 되는 건가요?”
감정상인은 미소 지었다.
“아니요. 당신이 직접 만들어가야 합니다.”
남성은 순간 멈칫했다.
“…제가 만든다고요?”
“새로운 감정이란, 본래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직 누군가에 의해 정의되지 않은 감정입니다. 당신이 이 병을 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그것은 당신만의 감정이 될 것입니다.”
남성은 한참 동안 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병을 열었다.
순간, 공기 중에 희미한 파동이 퍼졌다.
그는 눈을 감고 그것을 느꼈다.
그 감정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기쁨도 아니었고, 슬픔도 아니었으며, 사랑도 아니고, 분노도 아니었다.
그는 손끝을 스치는 감각을 느끼며, 마침내 아주 희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내가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이군요.”
감정상인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 당신만의 감정을 만들어가십시오.”
남성은 병을 가슴에 품었다.
그리고 아주 조용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가게를 나섰을 때, 감정상인은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새로운 감정이란, 결국 우리가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세상에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감정들이 많지.”
— To be continued…
(다음 화에서는 감정상점에 ‘감정을 나누고 싶은 손님’이 찾아오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