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나누고 싶은 손님

감정상점 II

by Lamie

감정상점의 문이 열렸다.


이번에 들어온 손님은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였다. 그는 조용히 가게 안으로 들어서더니, 가게 한가운데 멈춰 서서 천천히 선반을 둘러보았다.


감정상인은 차분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어떤 감정을 찾으십니까?”


그러나 할아버지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나는 감정을 사러 온 것이 아닐세.”


감정상인은 흥미롭게 그의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할아버지는 조용히 주머니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냈다.


그 병 안에는 부드러운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따뜻하면서도, 오래된 기억이 담긴 듯한 감정이었다.


“나는 감정을 나누고 싶어서 왔네.”


감정상인은 병을 바라보았다.


“어떤 감정입니까?”


할아버지는 병을 손끝으로 어루만지며 조용히 말했다.


“이건 내 평생을 함께한 감정일세. 젊었을 때 사랑했던 감정, 가족을 지키며 느꼈던 감정, 친구들과 함께 웃었던 감정, 그리고 혼자가 되었을 때조차도 나를 지탱해 준 감정… 이제 내 삶이 끝나가는데, 이 감정을 혼자 간직하고 떠나는 것이 아까워졌네.”


그는 감정상인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혹시 이 감정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겠나?”


감정상인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병을 바라보았다.


그 감정은, 할아버지의 **‘삶의 따뜻함’**이었다.


감정상점에서는 감정을 사고팔거나, 반품하거나, 되찾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나누고 싶다’고 하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감정상인은 조용히 말했다.


“이 감정을 나누면, 당신께 남는 감정은 무엇일까요?”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병을 흔들었다.


“내가 가진 감정은 충분히 오래됐네. 나는 이 감정을 가지고 살아왔고,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고 싶을 뿐일세. 감정은 나누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커지는 법 아닌가?”


감정상인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병을 받아들였다.


“좋습니다. 이 감정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하겠습니다.”


할아버지는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네. 그럼 이제 나는 가볼까 하네.”


그는 병이 없어진 손을 가만히 쥐었다 폈다.


그리고 가게를 나서며,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남겼다.


“누군가가 이 감정을 받고, 조금이라도 따뜻해진다면, 내 삶은 충분히 의미 있었던 게 아닐까 싶네.”


그가 떠난 후, 감정상인은 병을 선반 위 가장 높은 곳에 올려두었다.


‘삶의 따뜻함’.


그 감정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할 순간이 올 것이다.


감정상인은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감정은 나눌 때 가장 빛나는 법이지.”


— To be continued…


(다음 화에서는 감정상점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진짜인지 묻는 손님’이 찾아오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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