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상점 II
감정상점의 문이 조용히 열렸다.
이번에 들어온 손님은 젊은 남성이었다. 그는 천천히 가게 안으로 걸어오며 선반에 놓인 감정의 병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른 손님들과 달리, 그의 눈빛에는 그리움이 가득했다.
감정상인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며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어떤 감정을 찾으십니까?”
남성은 한참 동안 망설였다.
그리고 마침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는… 한 번 느낀 감정을 다시 경험하고 싶어요.”
감정상인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떤 감정을 찾고 계십니까?”
남성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첫사랑이요.”
감정상인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첫사랑은 특별한 감정이죠.”
남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요. 설렘, 두근거림, 손끝이 닿을 때의 떨림… 저는 그때의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어요. 기억은 남아 있지만, 그때의 감정은 더 이상 선명하지 않아요.”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새로운 사랑을 해도, 첫사랑 같지는 않더군요. 아무리 비슷한 순간을 만들어도, 그 감정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감정상인은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오래된 유리병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병 안에는 은은한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것은 ‘되살아난 감정’입니다.”
남성은 병을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이걸 사용하면… 제 첫사랑의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나요?”
감정상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명심하십시오. 감정을 다시 경험한다고 해서, 그 순간이 완벽하게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감정은 기억과 함께 살아가지만, 절대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지 않죠.”
남성은 병을 손에 쥐고 깊이 고민했다.
그는 첫사랑의 감정을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동시에 깨닫고 있었다.
그 감정이 특별했던 이유는, 단 한 번뿐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는 천천히 병을 내려놓았다.
“…다시 느끼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보니 그것은 과거에 두어야 할 감정이네요.”
감정상인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감정은 다시 경험할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남성은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작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는 새로운 감정을 맞이해 보겠습니다.”
그가 가게를 나섰을 때, 감정상인은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종종 과거의 감정을 다시 경험하고 싶어 하지만, 감정이란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과거의 감정은 소중하지만, 새로운 감정은 언제든 다시 찾아오지.”
— To be continued…
(다음 화에서는 감정상점에 ‘감정을 완전히 조작하고 싶은 손님’ 이 찾아오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