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감정을 완전히 조작하고 싶은 손님

감정상점 II

by Lamie

감정상점의 문이 열렸다.


이번에 들어온 손님은 정갈한 슈트를 차려입은 중년의 남성이었다. 그는 차분한 걸음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오더니, 주변을 흘끗 둘러본 뒤 곧장 감정상인 앞으로 다가왔다.


감정상인은 그를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물었다.


“어서 오세요. 어떤 감정을 찾으십니까?”


그러나 남자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정을 사고 싶은 게 아닙니다.”


감정상인은 흥미롭게 고개를 기울였다.


“그렇다면?”


남자는 책상 위에 손을 짚으며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감정을 조작하고 싶습니다.”


감정상인의 손길이 순간 멈췄다.


“조작한다고요?”


“네.” 남자는 피식 웃었다. “사람들은 감정에 휘둘립니다. 기쁨이 지나치면 방심하고, 슬픔이 깊어지면 무너지고, 분노에 빠지면 실수를 하죠. 감정이란 불안정한 요소입니다. 저는 저 자신의 감정을 완벽하게 조작할 수 있길 원합니다.”


그는 차갑게 덧붙였다.


“이성적인 판단을 위해 감정을 통제하고, 필요할 때만 원하는 감정을 꺼낼 수 있도록. 감정을 ‘완벽하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물건이 있습니까?”


감정상인은 조용히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작은 유리병 하나를 꺼냈다.


그 병 안에는 맑은 액체가 담겨 있었다.


“이것은 ‘균형의 감정’입니다.”


남자는 병을 집어 들었다.


“이걸 사용하면 감정을 조작할 수 있습니까?”


감정상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이 감정은 당신이 감정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지만, 감정을 완전히 조작할 수는 없습니다. 감정이란 기계 부품이 아닙니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과 감정을 다스리는 것은 다릅니다.”


남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저는 감정을 없애는 게 아닙니다. 필요할 때만 작동하도록 만들겠다는 겁니다.”


감정상인은 천천히 물었다.


“만약 감정을 조작할 수 있게 된다면, 당신은 여전히 ‘인간’일까요?”


남자는 순간 멈칫했다.


감정상인은 조용히 병을 거두었다.


“감정을 자유자재로 조작한다면, 결국 감정의 본질을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기쁨이 인위적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기쁨일까요? 슬픔이 강제로 조절된다면, 그것은 의미가 있을까요?”


남자는 아무 말 없이 감정상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병을 내려놓았다.


“…결국, 감정이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것인가요?”


감정상인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감정이란,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지, 조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저는… 조금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는 감정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그가 가게를 나선 후, 감정상인은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감정이란 결코 완벽하게 조작할 수 없는 것.


그렇기에 감정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닐까.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감정을 조작하는 순간, 감정은 사라지지.”


— To be continued…


(다음 화에서는 감정상점에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고 싶은 손님’ 이 찾아오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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