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상점 II
감정상점의 문이 열렸다.
이번에 들어온 손님은 젊은 남성이었다. 그는 문을 닫고 천천히 걸어와 감정상인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묘한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감정상인은 조용히 물었다.
“어서 오세요. 어떤 감정을 찾으십니까?”
그러나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감정을 사러 온 게 아닙니다.”
감정상인은 흥미롭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남자는 두 손을 꽉 쥐었다.
“제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나요?”
감정상인은 순간 손을 멈추었다.
“자신의 감정을 남에게 옮긴다고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느끼는 이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감정상인은 조용히 물었다.
“어떤 감정입니까?”
남자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답했다.
“…죄책감입니다.”
감정상인은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죄책감을 없애고 싶으십니까?”
남자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뇨. 저는 없어지는 걸 원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이 감정이 너무 무겁습니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차요. 이 죄책감을 그 사람에게 넘길 수 있다면, 저는 조금은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감정상인은 천천히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검푸른 색을 띠는 작은 병이 놓여 있었다.
“이것은 ‘전이된 감정’입니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병을 집어 들었다.
“이걸 사용하면… 제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나요?”
감정상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경고합니다.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옮긴다고 해서, 당신이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죄책감이란, 남이 대신 느껴준다고 해서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니까요.”
남자는 병을 손에 꼭 쥐었다.
그는 그것을 열어야 할지 고민했다.
죄책감은 너무 무거웠다. 하지만… 그것을 남에게 넘긴다고 해서 정말 가벼워질까?
그는 감정상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만약 제가 이 병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 감정을 덜어낼 방법은 없을까요?”
감정상인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죄책감은 넘기는 것이 아니라, 마주해야 하는 감정입니다. 그것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할 때, 당신은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남자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병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병을 내려놓았다.
“…그럼, 저는 이 감정을 안고 살아가야겠네요.”
감정상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당신은 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자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작게 웃으며 말했다.
“감정을 넘기는 것보다,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우겠습니다.”
그가 가게를 나섰을 때, 감정상인은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죄책감이란, 결국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감정.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감정은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지.”
— To be continued…
(다음 화에서는 감정상점에 ‘한 사람의 감정을 모두 흡수하고 싶은 손님’ 이 찾아오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