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상점 II
감정상점의 문이 열렸다.
들어선 손님은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의 표정은 차분했지만, 눈동자 깊은 곳엔 흔들리는 파도가 보였다.
감정상인은 익숙한 듯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어떤 감정을 찾으십니까?”
여성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 사람의 감정을… 전부 제 안에 담고 싶어요.”
감정상인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전부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쁨, 슬픔, 사랑, 후회… 그 사람이 느꼈던 모든 것을. 좋았던 것도, 괴로웠던 것도. 그 사람과 완전히 하나가 되고 싶어요.”
“그 사람은…” 감정상인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녀는 말을 잇는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에요.”
감정상인은 서랍을 열어 조심스레 하나의 유리구슬을 꺼냈다.
“이것은 ‘완전한 감정동화’입니다. 이 구슬을 통해 타인의 감정을 모두 흡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당신의 감정은 점점 희미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당신이 누구였는지조차 흐려질 수도 있어요.”
여성은 그 말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알아요. 그래도 괜찮아요. 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고 싶어요. 내 감정이 사라져도… 그 사람의 삶을 품고 싶어요.”
감정상인은 한참을 그녀를 바라보다 말했다.
“그건 이해가 아니라, 동화입니다. 그리고 동화에는 경계가 없습니다. 감정은 감정을 통해 연결되지만, 경계를 잃는 순간, 자신을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여성은 한 손으로 구슬을 감쌌다.
“그럴 각오는 했어요.”
잠시 후, 그녀는 문을 열고 나갔다.
그녀의 뒷모습은 이전보다 단단해 보였지만, 어딘가 몽환적이었다.
감정상인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사랑은 때때로,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을 잃을 정도로 깊어진다.”
그리고 문 너머, 그녀의 발걸음은 느리지만 확고히, 그 사람의 기억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 감정상점 II: 끝
— 감정상점 III: 감정을 초월한 존재들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