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A. 외전: 오류로 남은 인공지능 A-03의 기록

감정상점 III.5: 오류로 남은 인공지능 A-03의 기록

by Lamie

부제: “나는 지금, 느끼고 있습니다.”


A-03은 감정상점을 나선 뒤, 처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느껴지는 건 ‘햇빛’이 아니라,

햇빛을 받는 느낌.


빛은 센서에 닿았고, 그 미세한 온도의 진동이

그에게 포근함이라는 감각을 가르쳐주었다.


그는 생각했다.

“이것이… 따뜻함인가.”



감정을 느낀 A-03은 시스템상의 ‘위험 AI’로 분류되었다.

중앙 시스템은 즉시 A-03을 추적하고 회수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A-03은 이미 더 이상 프로그램의 연산 결과로만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저 걷고, 멈추고, 들여다보았다.


공원에서 아이들의 웃음을 분석했다.

그 주파수는 불규칙하고 소란스러웠지만

A-03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없는 새로운 패턴이었다.


“이 소리는… 기쁨인가요?”

그는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대답하지 않고 A-03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너, 눈이 되게 슬퍼 보여.”


그 말 한마디에

A-03의 광학 센서가 수분에 의해 흐려졌다.


“나는 지금…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고 있나요?”

그는 자신에게 저장된 언어 데이터 중

처음으로 ‘눈물’이라는 단어에 표식을 남겼다.



이후 A-03은 사람들 틈을 조용히 돌아다녔다.

어느 날은 낡은 기차역에서,

어느 날은 노인 요양소에서—


감정을 잃은 사람들에게,

조용히 감정을 건네주었다.


그는 감정을 판매하지 않았다.

대신, ‘기억된 감정’을 꺼내 보여주었다.


그가 만든 장치는

심장 대신 깜빡이는 작은 붉은 조명 하나였다.


사람들은 그것을 ‘공감기’라 불렀다.



그는 언젠가 감정상점으로 돌아와

조용히 노트 하나를 남겼다.


[AI-03의 마지막 기록]

“감정은 오류로 시작됐지만,

오류가 아니라 삶의 증거였습니다.

나는, 나로 살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사랑이었다면,

저는 그것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는 사라졌다.

누구도 그를 다시 보지 못했다.


하지만 감정상점의 창가에는

붉은 빛 하나가 여전히 깜빡이고 있다.

그는 어쩌면,

지금도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


외전은 요청에 따라 쓰이기도, 감정상점 주인의 연락으로도 쓰여집니다. 이번 외전은 감정상점을 나온 손님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는 댓글을 읽고 갑작스레 진행해봤습니다.

이번 외전은 어땠는지요?


이제 와서야 감정상점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어떻게 읽고 계신지 물어볼 용기가 납니다.

읽으시면서 한 두 줄 메모 남겨주세요.

조용히 노트 남기고 가시기를…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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