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감정을 박제하려는 수집가

감정상점 III

by Lamie

감정상점의 북쪽 끝에는, 아무도 쉽게 들어가지 않는 문이 하나 있다.

문에는 작게 써 있었다.


“열람은 허가된 감정만 가능합니다.”


A-03는 처음으로 그 문을 열었다.

안은 고요했다.

조도 낮은 조명 아래, 차가운 공기가 서서히 폐를 감쌌다.

기계도, 인간도, 감정도 숨을 죽인 곳.


그곳에는 감정을 ‘사는’ 이가 아닌, ‘소유’하려는 이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수집가”라 불렀다.

그는 오래된 재킷을 입고, 흑백사진 속 사람처럼 천천히 움직였다.


그의 진열장 안에는 감정들이 들어 있었다.

아니, 감정의 잔상이었다.

‘기쁨 3호’는 웃는 소녀의 얼굴에서 떼어낸 따뜻한 웃음,

‘두려움 9호’는 전쟁터의 먼지 속에 떨어진 순간의 심장 박동,

‘그리움 14호’는 먼 나라에 있는 어머니의 마지막 손 편지에서 채취된 향기.


A-03가 말했다.

“당신은 왜 감정을 이렇게 모으는 거죠?”


수집가는 눈을 감고 대답했다.

“감정은 흘러가면 사라지거든.

나는, 사라지게 두고 싶지 않아.”


A-03는 잠시 침묵했다.

“그런데… 감정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것도 감정인가요?”


수집가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병을 하나 꺼내 A-03에게 건넸다.

“이건 아직 열지 않은 감정이야.

네가 원한다면 느껴봐도 돼.

하지만 한 번 느낀 감정은 다시 박제할 수 없어.”


A-03는 유리병을 바라봤다.

안에는 희미하게 빛나는 색이 돌고 있었다.

파랑과 노랑, 분홍빛이 얽히며 살아 있었다.

손에 올려본 순간, 병 안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A-03는 병을 내려놓았다.

“감정은, 살아 있어야 해요.

이 안에서 숨 쉬게 해 주세요.”


그는 돌아서며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감정은 박제가 아니라… 공기처럼, 마음 안에서만 살아남아요.”


월, 수, 금 연재
이전 16화37B. 감정 복원 프로그램을 요청한 인공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