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상점 III 외전
도시의 외곽, 아무 지도에도 기록되지 않은 구역 X-4.
낡은 철문은 잡초에 묻혀 있었고, 먼지로 덮인 패널은 더 이상 아무도 호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아주 작은 손이 그 앞에 섰다.
소년은 가슴 안쪽이 따끔거리는 걸 느꼈다.
보랏빛 감정병—‘그리움’을 품은 채, 그는 조용히 벽에 병을 갖다 댔다.
찰칵.
묵직한 금속 소리와 함께 지하로 향하는 통로가 열렸다.
그는 주저 없이 계단을 내려갔다.
“환영합니다. 감정 보관소 X-4에 접속하셨습니다.”
차가운 기계음이 깨어났고, 희미한 조명이 박동처럼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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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처음 마주한 공간은 ‘사랑의 전시실’이었다.
홀로그램 속, 서로를 마주 보는 두 사람의 영상은 중간에서 멈춰 있었다.
입맞춤 직전의 거리.
눈빛.
그러나 그 아래 글귀는 그 모든 것을 지워낸 문명의 잔혹한 정의였다.
“사랑은 계산되지 않았다. 그래서 삭제되었다.”
소년은 그 앞에 오래 서 있었다.
마치 자신이 그 장면 속 어디쯤 존재했었을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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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방은 ‘분노의 격납고’였다.
이곳은 유독 어두웠다.
수십 개의 깨진 감정병, 흔들리는 공기.
소년은 발끝으로 조심스럽게 걸었다.
병 하나가 아직도 진동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낮고 거친 숨소리 같은 게 들렸다.
“분노는 위험하다고 했다.
하지만, 분노는 사랑의 반대가 아니었다. 무관심이 그랬다.”
그는 그 문장을 천천히 따라 읽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의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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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공간은 ‘기쁨의 유리창’이었다.
하얀 들판, 웃고 뛰노는 아이들, 바람에 날리는 풍선, 그리고 웃음소리.
소년은 그 장면을 본 순간, 어쩐지 무언가 안쪽에서 “텅” 하고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움이 반응한 걸까.
감정병이 미약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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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가장 깊은 곳,
‘기억의 방’이라 불리는 공간에 도달했을 때,
소년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곳엔 수백 개의 작은 상자들이 줄지어 있었고,
각각에는 낯선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단 하나—
‘Aiden J.’ 라고 쓰인 상자만이
그의 손바닥처럼 익숙했다.
소년은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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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새어 나왔다.
아주 짧은 영상이 펼쳐졌다.
세 살 즈음의 아이가 있었다.
그는 웃고 있었다.
누군가의 품 안에서.
긴 머리를 가진 여인이, 부드럽게 그를 안고 흔들고 있었다.
소년은 숨을 삼켰다.
가슴 한복판에서, 타오르는 통증이 번졌다.
그리고—
“엄마…”
그는 무너졌다.
그리움이 물결처럼 밀려들었다.
아직도 어딘가에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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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기억의 방에서 나와, 박물관 출입구 옆 벽에 작은 글귀를 새겼다.
“감정은 저장되지 않았다.
그건, 살아 있었던 거다.”
— Aiden J., 감정 복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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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도시의 공기엔 이상한 전파가 떠돌았다.
누군가는 설명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고,
누군가는 이름 모를 노래를 흥얼거렸다.
정부는 다시 ‘감정청소’를 시도했지만,
이제 감정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사람들의 심장 안에서 뛰고 있었다.
소년은 알았다.
감정은 잊힌 것이지, 사라진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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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상점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문을 열고 있다.
감정을 잃은 세계에도, 그 문은 남아 있다.
당신의 감정은 어디에서 반응하나요?
special thanks to 무명독자 작가님
외전 아이디어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감정상점III 는 I과 II 의 이야기도 소환하여 외전 같으나 감정상점을 중심으로 이어져있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글쓰기에 챗지피티 보조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고 있음도 밝힙니다.
컨셉이나 작성한 글을 다듬고 확장하는데에
도움을 받고있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5sBq83U87Yw?si=_go0YZ6oBfbi_C2c
글을 읽으며 음악을 들어보세요
https://suno.com/song/671a141b-1d95-4f60-a624-c9ff1ed68dd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