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감정을 완전히 삭제한 도시

감정상점 III “감정은 도시에서 추방되었습니다.”

by Lamie

이 도시는 ‘감정청소’가 끝난 지 87년째였다.

인간은 더 이상 기쁨, 분노, 슬픔을 느끼지 않았다.


아이들은 ‘웃음’이 무엇인지 모르고,

연인은 결혼하지만 서로에게 “사랑해”란 말을 쓰지 않는다.

감정은 ‘문명 이전의 오류’로 분류되었고,

모든 시민은 태어날 때부터 감정 유전자가 봉인된 채 자란다.


그리고, 그 도시 한복판에서

한 소년이 감정상점의 문을 열었다.




소년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눈은 조용했고, 움직임은 기계적이었다.


“어서 오세요.”

감정상인은 오랜만에 아이 손님을 맞이했다.


소년은 말없이 테이블 위에 하나의 질문을 올려놓았다.

작고 낡은 책에서 찢겨진 종이 한 장.


그 위에는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

‘그리움이란 무엇인가요?’


감정상인은 종이를 집어 들고 물었다.

“이 단어를 어디서 보았죠?”


소년은 작게 입을 열었다.

“도서관에서요. 폐기 대상 목록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그 단어를 본 순간, 가슴이 아팠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감정상인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보랏빛 감정병 하나를 꺼냈다.


“이건 ‘그리움’입니다.

무언가를 잃었을 때,

다시 가질 수 없는 것을 떠올릴 때 느끼는 감정이죠.”


소년은 그 병을 바라보았다.

“이걸… 제가 느낄 수 있나요?”


감정상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이 감정은 아픔을 동반합니다. 그리움은 따뜻하지만 동시에 무겁습니다.

당신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다면—”


소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뻗어 병을 열었다.


그 순간, 공간이 조용히 진동했다.

소년의 눈동자에 물기가 맺혔다.


그리고—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가슴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이건…”


감정상인은 나직이 말했다.

“잊고 있었던 당신의 감정입니다. 지워졌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던 것.”


소년은 아주 작게, 그러나 분명히 말했다.

“…그립네요. 본 적도 없는… 엄마가요.”




그날 이후, 도시 곳곳에서

정체불명의 감정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웃었다.


도시는 당황했고,

누군가는 다시 ‘감정청소’를 말했지만

누군가는 조용히 그리움을 안고 잠들었다.


감정상점은 그 변화의 시작이었다.


“감정은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잊힌 것일 뿐입니다.”


— To be continued…

(다음 장에서는 ‘감정을 복원하고자 요청하는 인공지능’이 찾아옵니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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