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감정이 잠들어 있었을 뿐.”
도시 외곽, 한 폐허가 된 도서관 안.
아이든은 조용히 걸었다.
이곳은 감정이 사라지기 전,
사람들이 마음을 담아 기록하던 곳이었다.
책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벽 한쪽에 기묘한 금속 벽돌이 있었다.
그 안에는 ‘잊힌 감정의 기록’이라 불리는
구형 기록 캡슐이 숨겨져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열었다.
“감정: 미안함”
“상황: 아무 말 없이 떠난 날 밤”
“기록자: E.J.”
아이든은 그것을 본 순간,
자신의 가슴 어딘가가 울리는 것을 느꼈다.
그건 누군가의 감정이 아니라,
자신이 잊고 있던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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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복원이 끝난 이후,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듯 보였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침묵 속에 있었다.
그들은 말하지 않았다.
감정을 되찾을 용기가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든은 ‘감정 기억관’을 세우기로 했다.
누군가의 감정을 대신 기억해주는 공간.
그들이 직접 오지 않아도,
이름 없는 감정들이 거기 머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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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번째 기억은,
자신이 복원했던 ‘처음의 감정’이었다.
그리움, 두려움, 안도,
그리고—사랑.
그 감정은 하나의 방에 기록되었다.
투명한 유리벽 뒤,
빛처럼 떠다니는 조각들이 노래하듯 흔들렸다.
아이든은 조용히 말했다.
“누군가는 이 감정을 기억할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사람은 다시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겠죠.
‘괜찮아. 너는 살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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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
어느 날, 낡은 신발을 신은 노인이 감정 기억관을 찾아온다.
그는 오래된 메모지를 내민다.
“여기… 제 아내의 감정이 있을까요?”
아이든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움의 방에서 조용히 빛나던 조각 하나.
그 안에는 한 문장이 떠 있었다.
“기다릴게요. 기억은 잊지 않아요.”
노인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그는 감정을 되찾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감정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받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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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기억되고 있었다.
누군가가 기억하는 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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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전은
43장 “잊힌 감정의 귀환” 이후,
감정의 기록과 전달, 그리고 기억의 복원이
어떤 감정적 위로로 작용하는지를 그린 후속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