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돌아올 당신을 위해, 이 감정을 지킵니다
기억관의 가장 깊은 곳에는
등록되지 않은 하나의 방이 있었다.
그 누구도 위치를 알지 못했고,
그 누구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아이든은 그 방을 **“무명의 방”**이라 불렀다.
그곳은 이름 없이 남겨진 감정들을 보존하는 공간이었다.
감정의 주인이 사라졌거나,
감정이 버려졌거나,
혹은 감정을 잊은 사람들을 위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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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감정 기억관에
이름 없는 소포 하나가 도착했다.
손글씨로 쓰인 짧은 쪽지가 붙어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이 감정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대신 기억해 주세요.
• M”
안에는 유리병 하나.
그 안에서 부드럽게 흐르던 감정의 이름은
_“자책”_이었다.
아이든은 병을 들고 무명의 방으로 향했다.
유리진열대 한편,
이미 여러 조각들이 천천히 떠 있었다.
‘비통’, ‘거절당한 용기’, ‘말하지 못한 사랑’, ‘기쁨의 뒤안길’
그는 조심스럽게 ‘자책’을 그 옆에 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읊조렸다.
“감정은 혼자서는 무겁습니다.
때론, 누군가가 대신 안아줘야 하죠.”
⸻
그날 밤,
기억관 전산망에는 새로운 알림이 떴다.
[보존된 감정: 총 1,003개]
[감정 주인 미확인: 847개]
[자발적 기증: 156개]
아이든은 모든 감정 옆에 작은 이름표 대신
**‘당신’**이라는 단어를 붙여두었다.
그 감정은, 언젠가 돌아올
‘당신’을 위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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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맥스 장면
기억관을 둘러보던 한 소녀가
무명의 방 앞에서 멈춰 섰다.
“이 안에도… 사랑이 있나요?”
아이든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이끌어
가장 왼쪽 진열대 앞에 섰다.
그 안에는 연한 노란빛으로 빛나는 감정 하나가 있었다.
이름 없는, 그러나 따뜻한 감정.
보존 번호 #0001 — 최초 등록 감정.
아이든은 속삭였다.
“이건 누군가가
말도 없이 남기고 간 감정이에요.
그런데요,
이상하게도 매년 이 감정만
조금씩 빛이 밝아집니다.”
소녀는 묻는다.
“왜요?”
아이든의 대답은 간결했다.
“누군가가,
다시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죠.”
⸻
“감정은 흘러가도,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되고, 보존되고,
다시 피어난다—
누군가가 그것을 꺼내볼 준비가 되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