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것은 감정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그날, ‘무명의 방’에 있던 유리병 하나가 사라졌다.
등록번호 #A023 — [감정명: 말하지 못한 사랑]
누군가가 그것을 꺼내갔다는 로그가 남았다.
그러나 방문 기록도, 출입 허가도 없었다.
아이든은 진열대를 바라보다
조용히 중얼거렸다.
“돌아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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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기억관 앞에 한 남자가 찾아왔다.
그는 고요한 눈을 하고 있었고,
손에는 오래된 편지 한 장을 들고 있었다.
“혹시… 제가 여기에 남긴 감정이 있나요?”
아이든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그를 안쪽 방으로 이끌었다.
그가 멈춰 선 곳은
아주 작은 서랍 앞이었다.
서랍을 열자,
안에는 흐릿하게 빛나는 감정 하나.
이름표: ‘그리움’
주인명: L.
“이건 당신 겁니다.”
“…왜 기억이 나지 않죠?”
아이든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을 감정에 가져다 댔다.
그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그리움은 주인을 알아보듯
빛이 잠시 더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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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잊혀도, 감정은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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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서서히 무너지듯 울었다.
이름조차 흐릿해진 누군가가,
자신 안의 감정 하나로 돌아온 것이다.
“돌아온 건, 감정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군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병을 품에 안았다.
그 순간, 감정상점의 시스템 전체에
잔잔한 울림이 번졌다.
[신호 발생]
[귀환 감정 활성화 감지: 001]
[복원률 0.003% 0.004%]
⸻
그날 밤,
감정 기억관 입구에
이름 없는 표지판 하나가 붙었다.
“감정은 돌아옵니다.
언젠가, 반드시.”
⸻
“감정을 떠난 사람도,
감정에게 돌아온다.
그것이 감정의 끝이자,
삶의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