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외전 2. 감정의 보존자

언젠가 돌아올 당신을 위해, 이 감정을 지킵니다

by Lamie


기억관의 가장 깊은 곳에는

등록되지 않은 하나의 방이 있었다.

그 누구도 위치를 알지 못했고,

그 누구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아이든은 그 방을 **“무명의 방”**이라 불렀다.


그곳은 이름 없이 남겨진 감정들을 보존하는 공간이었다.

감정의 주인이 사라졌거나,

감정이 버려졌거나,

혹은 감정을 잊은 사람들을 위한 방.



하루는 감정 기억관에

이름 없는 소포 하나가 도착했다.

손글씨로 쓰인 짧은 쪽지가 붙어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이 감정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대신 기억해 주세요.

• M”


안에는 유리병 하나.

그 안에서 부드럽게 흐르던 감정의 이름은

_“자책”_이었다.


아이든은 병을 들고 무명의 방으로 향했다.

유리진열대 한편,

이미 여러 조각들이 천천히 떠 있었다.

‘비통’, ‘거절당한 용기’, ‘말하지 못한 사랑’, ‘기쁨의 뒤안길’


그는 조심스럽게 ‘자책’을 그 옆에 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읊조렸다.


“감정은 혼자서는 무겁습니다.

때론, 누군가가 대신 안아줘야 하죠.”



그날 밤,

기억관 전산망에는 새로운 알림이 떴다.


[보존된 감정: 총 1,003개]

[감정 주인 미확인: 847개]

[자발적 기증: 156개]


아이든은 모든 감정 옆에 작은 이름표 대신

**‘당신’**이라는 단어를 붙여두었다.

그 감정은, 언젠가 돌아올

‘당신’을 위한 것이니까.



클라이맥스 장면


기억관을 둘러보던 한 소녀가

무명의 방 앞에서 멈춰 섰다.


“이 안에도… 사랑이 있나요?”


아이든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이끌어

가장 왼쪽 진열대 앞에 섰다.


그 안에는 연한 노란빛으로 빛나는 감정 하나가 있었다.


이름 없는, 그러나 따뜻한 감정.

보존 번호 #0001 — 최초 등록 감정.


아이든은 속삭였다.


“이건 누군가가

말도 없이 남기고 간 감정이에요.

그런데요,

이상하게도 매년 이 감정만

조금씩 빛이 밝아집니다.”


소녀는 묻는다.


“왜요?”


아이든의 대답은 간결했다.


“누군가가,

다시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죠.”



“감정은 흘러가도,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되고, 보존되고,

다시 피어난다—

누군가가 그것을 꺼내볼 준비가 되었을 때.”


월, 수, 금 연재
이전 27화43 외전 1. 감정을 기억하는 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