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흥얼거림의 끝에서
노래가 흐르고 은은한 감상을 하며 이 음악가는 어떤 사람일까 하며, 혹시 그 사람일까?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본다. 아무일도 없었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말로만 이어졌던 인연의 끈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세상엔 나와 맞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절망에 빠져있는 나는 미세하게 연결되었던 그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인연의 실에 살짝 손을 올려놓아본다. 미세한 진동이 음악이 되어 흥얼거림의 끝자락에 묻어있다.
다른 사람이 보는 나는 어떤 결을 가진 사람인가? 어떤 면이 나와 그를 이어보게 했을까? 더이상 알 수 없는 걸 이제서야 묻고 싶다니.
스쳐지나가도 모를 사람.
설령 앞에 앉아있어도 전혀 알 수 없는 사람.
우리는 그런 사람들 속에서 그저 숨쉬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기타 선율에
문득 마음이 걸렸다.
잔잔하고 깊은,
말을 아끼는 사람의 음악 같았다.
나는 스푼을 휘젓던 손을 멈추고,
그 멜로디에 귀를 기울였다.
⸻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음악만 듣고도 누군가를 상상하게 되다니.
그리고, 아무 근거도 없이
바보 같은 생각이 스쳤다.
혹시… 그 사람일까?
20년 전, 채팅창 속
동생이 말했던 음악 하는 형.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고,
이름도 제대로 몰랐고,
단지 ‘형’이라는 호칭으로만 들었던 그 사람.
⸻
아무 일도 없었다.
그 어떤 사건도,
기억을 자극할 만한 대화도,
사진 한 장, 목소리 하나 남기지 않았던 인연.
그런데 왜,
이 멜로디 한 줄기만으로
그가 떠오르는 걸까.
⸻
나는 때때로
세상에 나와 맞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겹치는 건 겉모습뿐이고,
대화는 표면을 맴돌 뿐이며,
결국 우리는
서로를 만나지도 못한 채 스쳐가는 존재라고 믿었다.
그런데도
그 ‘말뿐인 인연’의 희미한 실에
나는 오늘,
살짝 손끝을 얹어본다.
⸻
진동이 느껴진다.
너무 작아서
‘있다’고 말하기조차 어려운 그 떨림이,
내 안의 어떤 구석을 건드린다.
그 떨림이,
마치 음악처럼
내 흥얼거림 속으로 스며든다.
말로도 설명되지 않는
어떤 선율처럼.
⸻
“다른 사람이 보는 나는, 어떤 결을 가진 사람일까.”
나는 그게 궁금해졌다.
내 말에 귀를 기울여준 그 동생.
말 없이 음악을 보냈던 그 형.
그들은
내 안의 어떤 결을 보고
나와 이어보려 했을까.
⸻
이제는 묻고 싶다.
이제서야,
그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그땐 몰랐고,
그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땐 그냥 넘겼다.
지금에 와서야
조용히 묻고 싶어진다.
⸻
설령,
앞자리에 앉아 있어도
알아보지 못할 사람들.
우리는 그런 사람들 사이를
그냥 지나치듯,
호흡하듯 살아간다.
하지만 아주 가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 미세한 결을
느끼고 싶어질 때가 있다.
지금이 아마 그런 순간일 것이다.
⸻
“햇살이 비치는 늦은 오후의 카페.
커피잔 옆에 스마트폰이 놓여 있고,
이어폰을 꽂은 여자가 창밖을 보며 멍하니 음악을 듣는다.
바깥엔 겨울 햇살이 반짝이고,
그녀의 입가에는 아주 희미한 흥얼거림이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