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오늘이었구나
나는 그를 본적이 없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왜인지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마치 오래 전부터
내가 여기로 오기를 정해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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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앞에 앉자,
그가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 화면엔 흐릿한 내 예전 프로필 사진이 떠 있었다.
그 옆, 메모장 앱의 제목이
나의 닉네임 ‘Rei’.
그리고 그 아래엔
짧게 적힌 한 줄이 있었다.
Tim — 오늘 오후, 직접 올 수도 있음.
Tim.
그 동생.
내게 처음 “왓츠업”이라는 말을 알려준,
그때 그 애.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늘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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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거죠…?”
입 밖으로 나올 수 없는 말이
내 안에서만 맴돌았다.
그는 나직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른 분이 오신다고 해서,
조금 실망했었는데…”
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
눈동자는, 오랜 기다림 끝에 안도한 사람처럼
내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직접 오셨군요.
Tim이 얘기하던 그 누나,
아니… Rei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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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나는 말할 수 없었다.
그 이름을
20년 만에
다시 누군가의 입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그 목소리는 낮고, 따뜻하고,
믿기 어려울 만큼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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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카페 안의 공기는 따뜻했지만
시간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서 있었다.
‘이건 꿈일까?’
‘아니면 진짜로 내가 오늘,
마주치지 않았던 그 순간에 도착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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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의 그는,
더 이상 상상 속의 형이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조용했고,
말수를 아꼈고,
눈빛으로 마음을 전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나를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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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이 그랬어요.
누나는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라고.
나랑 말의 속도가 같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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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앞에서 뒤늦게 만난
말도 안 되는 가능성.
너무 늦었지만,
아직 사라지지 않은 울림.
그게 지금,
여기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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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날 조용한 카페,
테이블 너머 남자가 휴대폰을 내밀며 조용히 웃고 있다.
화면엔 예전의 흐릿한 프로필 사진과 ‘Tim – 오늘’이라는 메모.
여자는 당황한 듯 하지만, 이끌리듯 자리에 앉아 그를 바라본다.
창밖엔 눈이 희미하게 흩날리고,
그들 사이엔 말보다 진한 감정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