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츠업

7. 흐릿한 조명, 흐릿한 감각

by Lamie


흐릿한 조명 속에서

그는 뿌옇게 보였다.


빛 때문일까?

내 눈이 문제인 걸까?


눈을 한 번 비볐다.

하지만 선명해지지 않았다.

그의 모습은 여전히 마치 유리 너머의 사람처럼,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그래… 오늘은 소개팅 날이구나.”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

기억 속 저편,

내가 누군가에게 그를 소개해줬던 날.


하지만 지금은

그가,

그 형이,

지금 이 자리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누구에게 말하는지도 모른 채.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 조용한,

특유의 웃음이었다.



“그날은,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죠.”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

그 음색이, 이상하게 익숙하게 느껴졌다.


“소개받은 분은 금세 연락을 끊으셨고…

Tim도 그 뒤로 많이 바빴죠.”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왜, 지금 여기에…”


그는 대답 대신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메모지를 밀어주었다.


거기엔 Tim의 필체로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Rei 누나, 20년 전 오늘. 꼭 이 카페에서.

혹시 모를 가능성을 위해.”



심장이 멈춘 듯 조용해졌다.

세상이 잠시 멈춘 것 같았다.


“20년 전… 오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Tim은… 끝까지 희망을 가진 사람이었어요.

내가 웃을 때, 누나 얘기를 자주 했죠.

그 말들 덕분에…

저는 오늘 여기에 있는 거고요.”



그의 말은 마치 노래처럼

내 마음 어딘가 오래 잠들어 있던 감정을 흔들었다.


흐릿한 조명 속에서조차,

그의 눈빛이 지금만큼은

너무도 선명했다.



“만약, 그날이 아니었다면…”


“혹시, 우리가 그때 만났더라면…”


“우리는 조금 더 일찍,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을까요?”



그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이 흐릿한 빛과 미묘한 공기 속에서

우리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교차점에 있었다.



“조용한 카페, 흐릿한 조명 아래.

남자의 얼굴이 뿌옇게 번져 보이고,

테이블 위에는 손글씨로 쓰인 작은 메모지가 있다.

여자는 당황과 그리움이 뒤섞인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금요일 연재
이전 06화왓츠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