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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억도둑

13장. 사라진 이름

기억도둑

by Lamie

도시의 불빛이 희미해졌다.

기차의 마지막 칸이 플랫폼을 스치고 지나가며, 공기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사진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흑백 필름 위에 남아 있던 글자가 사라졌다.

잉크가 번진 것도, 지워진 것도 아니었다.


그냥—


존재 자체가 없었던 것처럼.


그녀는 손끝이 저릿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이게 무슨 뜻이죠?”


그녀는 조용히 물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귓가에 울리는 심장 박동이 거칠었다.


그 남자는 사진을 살짝 기울였다.

빛이 닿았지만, 거기엔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당신의 이름은?”


그가 물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대답하지 못했다.


이름.


그녀는 이름을 알고 있었다.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


목구멍을 지나려던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혼란스럽게 입술을 떼었다.

“…나는.”


그 남자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그러나.


그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기억할 수 없었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손끝이 떨렸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남자는 낮고 차분하게 말했다.


그녀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 이름이, 왜 기억나지 않는 거죠?”


그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당신은, 기억 속에만 존재하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녀는 숨을 들이쉬었다.


“기억 속에만?”


그는 조용히 말했다.


“당신은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서 태어났고.”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서 살아왔고.”

“그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당신도 사라지게 되어 있었어요.”


그녀는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그녀가 사라진다?


그녀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이 뒤엉켰다.


그 남자는 여전히 담담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하나뿐이죠.”


그는 아주 천천히,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이 이야기를 계속할 건가요?”


그 순간, 기차역의 전광판이 희미하게 깜박였다.

도시의 불빛이 어딘가 흔들렸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무너져 가는 소리를 들었다.


( 다음 장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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