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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억도둑

15장. 가장 마지막으로 잃어버린 기억

기억도둑

by Lamie

도시는 여전히 잿빛이었다.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번지고, 기차역 플랫폼은 조용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그렇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잃어버린 기억.


그걸 기억해내면, 소설가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떠올릴 수 없었다.


마치 기억의 가장자리에 손끝이 닿을 듯하면서도,

잡으려 하면 사라지는 연기처럼.


그녀는 머리를 감쌌다.

숨이 가빠졌다.


“괜찮습니까?”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그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


마치, 그녀가 이 순간 혼란스러워할 걸 예상했다는 듯.


그녀는 손끝을 꽉 움켜쥐었다.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녀는 눈을 감았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순간.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장면.


그것은 언제였을까?


플랫폼, 기차, 낡은 레스토랑.

낯선 댓글, 흑백 사진, 사라진 이름.


아니.


그보다 더 최근의 것.


가장 마지막 순간.


그녀는 가슴이 조여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 끼이익.


낡은 문이 열리는 소리.

낮고 묵직한 음향.


그녀는 눈을 떴다.

“문…?”


남자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나는, 어딘가로 들어갔어요.”


그 순간,


짧게 끊어진 이미지가 떠올랐다.


어두운 방.

창문이 닫혀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공간.


그녀는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났다.


순간, 머릿속에서 경고음처럼 무언가가 울렸다.

그 순간을 떠올리면 안 된다고,

그 기억을 열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 단서였다.


그녀는 다시 집중했다.


그리고, 보았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원고.


바랜 종이.

잉크 냄새.

흘러내린 원고 더미.


그녀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거기 적힌 문장을 읽었다.


“이야기의 끝에서, 그녀는 사라진다.”


숨이 멎었다.


그녀는 손끝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봉인처럼 잠겨 있던 기억이 부서졌다.


그녀는 마침내 떠올렸다.


소설가를 만났던 순간을.


( 다음 장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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