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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 Oct 31. 2020

MBTI 얼마나 믿으시나요?

성격을 팝니다


성격(personality)
1.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나 품성.
2. 어떤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이나 본성.
3. 환경에 대하여 특정한 행동 형태를 나타내고, 그것을 유지하고 발전시킨 개인의 독특한 심리적 체계.
각 개인이 가진 남과 다른 자기만의 행동 양식으로, 선천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영향에 의하여 형성된다.
-naver 사전


'성격'이란 무엇일까? 네이버 사전을 빌리자면 성격이란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나 품성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이것은 곧 각자가 존재하는 방식이자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이러한 성격은 선천적과 후천적인 조합으로 탄생한다. 그러나' 운명'은 신경생물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태어나기 전부터 뇌가 '구축된 방식'과 평생에 걸쳐 뇌의 '작동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 때문에 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 말한다. 실로도 과학에 근거한 운명에 관한 연구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럼 성격도 이미 정해졌고, 바뀔 수 없는 본질적인 것일까?




놀면뭐하지

mbit. 한 번쯤 다들 들어봤을 법한 이 mbti는 사실 역사가 깊은 심리검사 지표이다. 최근 놀면 뭐 하지에서 소개되어 더욱더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mbti는 아마 한 번쯤 심심풀이라도 해봤을 거다. 검사를 하면서도 '맞아 맞아 나 이렇잖아!'라며 호들갑을 떨다 친구에게 너 무슨 형이야? 라며 서로 성격유형을 보여주며 공감대 형성도 해봤을 거고, 같은 유형 묶음 안에서 서로를 정의하며 마치 나의 존재성에 대한 정답이라도 찾은 기분이었을 거다.



<MBTI란 무엇인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성격 검사 유형을 꼽자면 'MBTI'를 들 수 있다. Myers-griggs typs indicator라 불리는 mbti는 미국의 가정주부였던 캐서린 브릭스와 그녀의 딸 이사벨 마이어스가 사람들은 각자 성격의 씨앗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도구이다. 설문지의 93개 문항에 답하면서 그 사람의 성격 유형을 평가한다. 외향-내향적(E-1) / 감각-직관(S-N) / 사고-감정(T-F) / 판단-인식(J-P)  4가지 선호 지표를 조합하여 지표를 조합한  16가지 유형  개인의  자아를 평가한다. 20세기 후반까지 적지 않은 기업들이 직원들을 채용하고, 해고, 승진시킬 때 성격유형 검사를 이용했다. 명문 대학들도 입학 심사 과정에서 성격 유형 검사를 이용했고, 정부 기관들도 성격 유형 검사를 이용했다.


그러나 이 mbti에는 허점이 많다. 탄생 자체로 허점 투성이다.



<MBTI의 문제점>


*아마추어 설계자

mbti의 창시자인 캐서린과 이사벨은 둘 다 전문 심리학의 길을 밟은 인물이 아니다. 캐서린이 가정에서부터 시작하여 주변인들을 상담하기 시작했던 1930년대 초반엔 심리상담사가 지켜야 할 직업 규정이 불분명했다. 그러니 대중들이 알리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캐서린이 위험할 만큼 빠진 융에 이론과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환경에서 만들어진 생각들에 의해 다소 주관적으로 개발해가고 있던 성격유형 이론을 타인에게 적용한단 걸 꺾을 이유도 없었다. 그러니 캐서린은 이 지표를 사람들에게 적용시켜 관찰하며 계속하여 만들어 갔고, 다듬어지지 않은 전문성으로 메리라는 소녀에게 불상사를 일으키는 일까지 생겼다. 다듬어지지 않은 전문성이 때론 상대에게 어떠한 부정성을 줄 수 있는지, 사람들은 자기만의 생각 속에서 모든 걸 이해하고 규정하려 하는지를 볼 수 있다.



*과학적으로 유요 하지 않음

MBTI의 근거가 되는 이론은 임상 실험학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성격 유형보다는 선천적 선호 경향성을 보는 것에 더 가깝다. 이것은 검사지의 질문들에서 알 수 있다. mbti의 탄생이 캐서린의 카를융 이론의 집착에서 시작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1921년 카를 융의 심리학적 분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카를 융의 이론은 실험심리학 이전의 것이라 검증되지 않았다. 또한 포춘 500대 기업과 대학, 병원, 교회 등에서 다방면으로 사용될 정도록 선행하는 mbti 검사는 '인기'라는 이유로 상업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한 글로벌 기업이 산업 심리학과 자기 관리를 결합하여 상업적으로 꽤나 짭짤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고로 '타당한 근거'가 아닌, 이를 무시한 채 짭짤한 수익을 위해 사용하여지는 쪽에 가까운 검사이다. 많은 학자들이 음흉한 술책이라 비평한다.



*개인의 믿음에 껴 맞추어 탄생시킨 지표(캐서린과 이사벨의) 

카를융의 이론에 위험하게 빠져들어 세상 전부를 대입하며 본인만의 생각 속에 '이미' 결론이 나버린 규정들로 상대를 평가했음은 물론이거니와 그 시대의 시대상 또한 캐서린 이사벨의 정서에 영향을 미쳐 mbti를 탄생시키게 만들었다. 자기 인식을 통해 삶의 주인이 되는 법을 성찰하는 것은 오랜 시간 서양철학을 관통해왔다. 캐서린과 아사벨의 인생을 다룬 전기를 보면 이 개념을 관찰하기에 더없이 좋은 사례이다. 두 사람이 아내이자 어머니이자 빈곤한 예술가였다는 사실과 이 두 여성과 동시대를 살았던 남성들이 잘 닦인 포장도로(고등교육을 받고, 직장을 구하는데 장벽이 없었고, 집안 일과 육아로부터 자유로움 등등)를 걸을 때 누군가를 챙겨야 하는 압박감에 자신의 필요는 뒷전에 놓기 일쑤였던 여성으로서 살았던 두 사람은 이 시대 환경에서 자기 성찰에 이르는 열망을 되짚어 보게 되었고, 그 열망의 표출이 이 지표를 탄생시켰다.


‘캐서린은 엄마의 인생으로서 부모는 자녀가 일찌감치 하나의 분야를 선택해 그 일을 열심히 익히도록 훈육하여 사회에 기여하고 이런 선행을 통해 구원에 이르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각자 타고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 구원에 이르도록 하는 생각에 의의를 두고 mbti를 개발시켰다.’


‘이사벨의 이념은 '그들 적성에 맞는 업무를 하도록' 더 많이, 더 열심히 일하도록 부추기는 도구로써 개인이 어떤 사람인지 식별하는 도구를 설계하는데 의의를 두고 mbti를 개발시켰다.’


애초에 전제가 정해진 검사 지표이다. 객관적인 아닌 주관적인 두 사람의 신념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졌으며, 성격은 변하지 않고 선천적으로 정해진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MBTI를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이란 두 유형의 전재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그럼에도 mbti에 열광하는 이유>


*MBIT는 쉽다.

복잡하지 않은 지표를 조합한 16가지의 유형만을 보여준다. 그리고 명확하게 답을 내려주나 부정적인 말은 없다.


*사람들은 정당화할 합리화 그리고 기댈 곳이 필요하다.

세상은 복잡하고 모르는 것 투성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엔 선택이 따른다. 그러나 그 선택에 대한 답을 매기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앞이 깜깜한 직장생활, 불행한 결혼 생활이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문제점 등 도통 답을 모르겠다. 누군가가 딱 정해주면 좋겠다 생각하는데 MBTI가 바로 그 역할을 해준다. 내가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한 거야. 라며 행동에 대한 정당화를 얻고, 난 이런 유형이니깐 이렇게 할 거야 혹은 될 거야.라는 각각의 꿈과 환상은 자기를 실현하는 개성화의 일부가 되어 자기 자신과 자신이 지닌 가능성을 인식하도록 한다. 많은 사람들이 MBTI 덕에 자신의 본모습이 무엇이며 인생을 살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고들 말한다. 가능성을 품은 인생을 마주할 용기를 얻었다 말한다. 그들이 찾은 자유와 해방감은 진짜였고 강렬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개인의 성향의 모양이 달라질지라도 검사의 결과지를 마주하는 그 순간만큼은 정답을 얻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사람은 기댈 곳이 필요하다.



*시대를 잘 만났다. 즉 운의 영역에 들어왔다.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MBTI는 5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아프리카 언어부터 광둥어에 이르기까지 수십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26개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엄청난 규모이다. 현대인들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싶어 했다. 이때 자신의 심리유형을 찾아가는 것은 자신을 통제하는 거대한 체계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였던 거다. MBTI는 두 사람의 인생 가치관과 대중들의 니즈가 맞물린 시대의 흐름을 잘 만나 사람들의 환호성을 샀다.


또한 2차 세계대전 당시 첩보요원들의 적성에 적합한 직무를 파악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 브릭스-마이어스의 성격 유형 지표를 도입한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성격 유형 이론은 경제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역사를 써 나간다. 대학, 병원, 심리학 연구소를 비롯해 미국의 모든 제도적 기관으로 퍼져 나갔다. 미국 심장부에 견고한 요새를 구축했다. 대전 이후 친기업 성향의 공화당 출신 대통령 아이젠 하워가 '대중 자본주의'를 모토로 내걸어 냉전 체제하에서 프롤레타리아트에게 정치, 경제, 사회의 완전한 혁명을 요구하는 공산주의자들의 선동에 맞섰고, 이런 선전들은 노동자들이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하고, 투자하고, 창업할 자유를 온전히 누리는 세상이라 주장했다. 이것은 곧 자기 직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강력한 힘이라는 통념이 사회에 깔리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이 통념 속엔 기업이 노동자를 선별하는 것은 물론, 직원들에게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믿고 업무 불만이나 걱정 없이 일하도록 확신을 주기 위함이 필요했고 브릭스-마이어스 성격 유형 지표는 미국 노동시장을 사로잡았다.



MBTI가 설령 허구일지라도 그 매력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았다. 여기에는 자기애를 충족시키는 가상함이 있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또 그동안 어떤 사람이었는지 자기 자신과 남들에게 설명할 수 있었다. 16가지 성격 유형은 개인의 정체성을 그 어떤 도구보다도 투명하고 선명하게 우리 앞에 제시했다.
-13p




이렇듯 MBTI 자체는 허점 투성이다. 그녀들의 인생을 빗대어 그녀들의 열망을 실현하기 위한 그녀들이 필요로 하는 이론이 필요했고, 그 이론을 도구화할 방법을 찾다 탄생한 게 MBTI이다.


성격이 16가지로 나눠질 수 있을까? 과연 우리는 16가지 틀 안에서 하나의 유형인 걸 알게 되는 순간 삶이 충만하게 바뀔까? 성격 유형을 몰랐던 전과 비교하여 내가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는데 너의 성격은 이래!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의 모든 과거의 행동들이 이해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앞으로의 행동까지도 합리화하면서 살아가진 않을까? 나는 진짜 이런 사람일까? 그리고 변하지 않는 걸까?


이 성격유형 지표 하나로 자신이 누군지 이해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굳게 믿게 되는 종교적인 성향까지도 나온다. 허점 투성이인 MBTI 지만 이를 통해 성격 유형을 알게 된 이들이 경험하는 놀라움에 관해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지금도 신실한 신도들로 가득해지고 있고, 이 믿음에 거짓은 없다. 나를 괴롭히던 수수께끼에 대한 이유를 얻게 되면 그 문제는 사라지게 된다. 모든 이유를 설명하게 될 수 있으면(설령 끼어 맞추기 일지라도) 마음이 편해진다. 게다가 '같은 유형'이라는 동질감의 집단화를 만들어 준다.



"4*4 사이즈의 성격 유형 도표나 알파벳 네 글자로 표현되는 MBTI는 여느 성격 검사보다 수월하게 자기 자신을 획득할 수 있는 매력적인 도구로 여겨진다.
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었으며 장차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 해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했다. 즉, 그들이 어째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혹은 내리지 못했는지, 어째서 그 갈등을 해결했는지 혹은 해결하지 못했는지, 어째서 그 직업이나 애인, 꿈을 좇아가는지 혹은 저버렸는지 그 이유를 해명할 수 있게 되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설명하는 도구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467p

운명과 나사이


심리 검사 하나가 사람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어마하다. 이런 성격검사를 통해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을 찾았다는 믿음은 삶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도 있지만,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 근거한 검사는 각자의 개성이나 만들어갈 수 있는 역량을 뭉개버리고 개인을 16가지의 기준화 된 틀에 가둬, 인간의 행동을 수평화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봉쇄해버린다. MBTI의 절대 맹신은 나는 누구인지는 이미 정해졌고, 내가 그렇게 믿음으로 이미 정해진 인생을 정해진 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가능성을 수반한 위험성이 존재한다.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를 스스로 찾아가지 않은 채, 70억 인구를 16등분 한 영역 속에서 이미 한정된 나는 자유의지를 외면한 채, 나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자체를 그저 운명으로 합리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이런 종교적 현상을 들여다보면 이 본질엔 '자아'라는 인간 본질과 통하는 중요한 질문들이 있다. 성격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성격인가? 등 꼬리를 물다 보면 결국 '나는 누구인가?'에서 본질이 시작된다. 대중들은 이 자아에 대해 목말라 있다. 자아를 이해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듣고 싶어 한다. 결국 본질은 자아를 찾는 것이다. 자아는 정해진 지표로 대변되는 것이 아닌 내가 나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나를 돌아보면서 찾아가는 여정이다. 이 과정 없이는 결단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모든 성격유형 지표나 심리검사지를 '참고사항' 정도로 활용할 순 있어도 절대가치로 여기는 것은 이런 자아를 찾는 여정을 묵살시킬 수도 있다. 그 과정이 얼마나 충만한지는 직접 겪어봐야 안다.

성격을팝니다. mbti를 맹신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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