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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숨어 있는 디테일

오늘도 짧고 굵게 즐기는 디테일 있는 하루

by 조형준 작가

사실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구석구석을 돌다보면 미처 알지 못한 디테일을 만나게 된다. 그런 디테일을 찾는 것이 나처럼 연간이용권이 있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낮 오후 2시에 열리게 되는 퍼레이드가 시작되면 운영하지 않는 어트렉션이 있는데 바로 나는 탈 일이 없는 로티트레인이다. 이건 어린이와 어린이와 동반한 부모를 포함한 보호자만 탈 수 있는 금단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퍼레이드가 시작되면 운행을 안 하기 때문에 트레일의 외관을 찍기에는 이만한 기회가 없다.

이렇게 로티트레일을 볼 때 나는 어렸을 때가 너무 불우했다는 걸 절감할 수 밖에 없었다. 어렸을 때 나에게 주어진 건 아동 학대와 집단괴롭힘이 전부인 인생을 살아야 했고 길을 걸을 때는 항상 고개를 숙였다.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맞추는 것마저 그때는 사치였다. 나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이 자리 잡았을 시기였다. 그나마 나에게는 공지영과의 만남이 있었다. 공지영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제서야 조금씩 자신에 대한 행복을 찾기 시작한 것 같다. 정말 이때야말로 나에게는 구원 그 자체였다.


롯데월드와 에버랜드는 이미 말했듯이 어렸을 때 전망의 대상이었다.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나는 평생 가보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때의 나와 달라진 것은 이제는 아동 학대 가해자와 연을 끊었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더는 그들에게 떨 필요가 없었으니 연간이용권을 사용해서 롯데월드와 에버랜드를 질릴 때까지 방문하겠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언제든지 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한층 여유로울 수 있었고 이렇게 브런치스토리에 연재도 할 수 있었으니 더 좋은 것 같다.

사실 스페인해적선은 이름 그대로 스페인에 있는 해적선이 정박한 항구를 표현하기 위해 스페인 국기도 존재하고 곳곳에는 작은 분수가 바다를 대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킹임에도 이런 식으로 테밍이 잘 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스페인해적선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었다.

참고로 4층에 가면 파리오의 분노의 지프차 비클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지프차 자체가 탐험에서는 뺼 수 없는 차종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비클을 바라보게 한다는 점도 파라오의 분노가 인기가 있는 어트렉션이 되게끔 한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 아닐 까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었다.

특히나 디테일이 좋은 어트렉션은 단연 월드 모노레일이다. 여기는 대대적인 리뉴얼 이후 동굴구역이라는 구역을 매우 매력적으로 활용했다. 대기 공간 곳곳에는 동굴과 가장 어울리는 탄광에서 일하는 캐릭터들이 만들어졌는데 자세히 보면 하나 하나 표정과 외형이 각각 다른 게 특징이다. 그러다보니 매직 아일랜드까지 순환하는 노션일 때 긴 줄이 이어지는데 그럴 때 조금이나마 기다리는 지루함을 줄여준 게 바로 이런 테밍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의 월드 모노레일은 그냥 모노레일만 타고 끝나는 풍경만 있는 어트렉션이라면 지금 현재의 월드 모노레일은 사실상 스토리가 없는 어트렉션임에도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디테일로 스토리가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디테일은 아트란티스다. 아트란티스도 자세히 봐야 아는 디테일이 곳곳에 숨어 있다. 아마도 입구에 들어가면 곧바로 아트란티스를 타기 위해 줄부터 서지만 대기 공간에도 볼거리를 숨겨놓았다. 레일 근처를 자세히 보면 부서진 댓목이 있으며 아주 오래된 오크통 등이 가상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생동감을 주고 마치 진짜 오래된 성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조각상이나 오래되어 보이는 촛대 등도 이런 몰입감을 주기 위해 몰래 숨겨놓은 디테일이라고 할 수 있다.


성 안도 자세히 보면 다양한 석상들이 있어서 이 석상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천장에 달린 엄청 큰 조형물은 자세히 보면 불에 탄 자국이 보여서 저 자국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추측하게 만든다. 과연 저 불에 탄 자국이 무엇 때문에 생겼는지를 상상하면 그것도 아트란티스를 즐기는 재미가 되지 않을 까 한다. 참고로 이번에도 대기 시간이 140분일 정도로 인기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우 아쉽게도 아트란티스를 끝으로 이후에 잡힌 일정 때문에 다른 날보다 더 일찍 롯데월드를 나가며 하루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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