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버리는 이유

과연 정말 동물병원비가 비싸서일까?

by 까칠한말티즈

고향에 내려간 김에 운전 연습을 하러 거창 군내까지 나갔을 때의 이야기다. 왼쪽 뒷다리를 들고 깽깽발을 뛰며 무단횡단 하는 꼬질꼬질한 강아지가 눈에 띄었다. 확진을 위해서는 신체검사와 X선 검사가 필요하겠지만, 보행 양상을 보았을 때 슬개골 탈구가 의심되었다. 시골에서 키우는 강아지들은 풀어놓고 키우는 경우도 많아 단언할 수는 없지만, 버려진 강아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설마 다리를 전다고 강아지를 버린 걸까?’라는 생각이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어제 수의사 신문 ‘데일리벳’에 올라온 기사를 보았다. ‘진료비 비싸 동물 버린다? 국회 회의 석상까지 오른 괴담’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괴담이란 말이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궤변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괴담이 선정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적어도 저 국회의원은, 그리고 그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유기동물 봉사 한 번 다녀온 적이 없을 테고, 동물이 아플 때 병원비가 감당이 안되면 버리면 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래는 기사의 본문을 일부 발췌한 것이다.

‘2017년부터 2020년 5월까지 발생한 30만 5천 두의 유기견을 분석한 결과 5년령 이하의 어린 개체가 90%를 차지했다. 소유주가 부담을 느낄 정도의 큰 진료비는 대부분 노령동물의 중증질환에서 발생하는 만큼, 어린 개체가 진료비 부담으로 버려졌을 것이라 추측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수의과대학 재학 중 방학마다 동물보호소 봉사를 다녀본 결과 대부분 아이들이 어려서 버려진 아이들이었다. 동물보호소에서 다년간 지내며 질병을 얻게 된 아이들은 있었지만 아픈 상태로 버려진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5년령 이하의 강아지에게 들어가는 큰 병원비는 백신 접종, 중성화 수술 정도이다. 이외에는 가벼운 질환들을 앓을 수 있으나, 진료비가 크게 비싸지 않다. 간혹 큰 질병이 선천적으로 발생하기는 하나, 그 비율은 낮다. 백신이나 중성화 수술의 비용은 인터넷 검색으로도 쉽게 나오므로 이를 감내하지 못해서 유기를 하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고려도 없이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입양했을 게 뻔하다.


백 번 양보해서 정말 동물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동물을 버린다면, 이는 더 큰 문제다. 병원에 데려가지 못하더라도 집에서 밥과 물을 주며 끝까지 함께하는 게 가족에 대한 도리 아닌가? 그런 아픈 동물을 길바닥에 내몰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겐 동물은 가족이 아니며, 그저 소유물이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애초에 입양을 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감히 추측하건대, 이 괴담은 동물을 유기한 사람들의 뻔뻔한 자기 합리화이자 동물병원비를 낮추기 위한 초석으로 등장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렇다면 동물병원비는 실제로 비쌀까? 실제 보호자들은 동물병원비를 비싸다고 체감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체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동물들의 짧은 수명을 얘기하고 싶다. 종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강아지의 1년은 사람에서 6-10년 정도라고 본다. 따라서 8년령 이상의 강아지들은 노령으로 점점 아픈 곳이 많아진다. 비약이 심한 비유이지만 단순하게 사람이 노년 동안 수년간 얻을 질병을 1년 만에 얻는다고 생각해보면, 노령견들은 짧은 기간에 많은 합병증을 얻고 건강 상태가 악화된다. 따라서 다양한 치료가 필요하고 치료비는 자연스레 비싸질 수밖에 없다.


이때 체감 비용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사람에서는 적용되는 의료보험이다. 아무래도 우리가 사람이다 보니 사람의 병원비와 동물의 병원비를 많이 비교하게 된다. 이때 우리는 어려서부터 지불하고 있는 의료보험비를 계산에 포함시키지 않고 영수증에 찍힌 액면가 그대로 비교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의료보험을 통해 미리 병원비를 냈고, 그만큼 공제를 받으니 내는 순간에는 당연히 사람의 병원비가 싸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반대로 동물병원비는 비싸게 느껴질 것이다.


‘동물이니까’라는 생각 역시 체감 병원비를 비싸다고 느끼게 하는 요인이다. 명절마다 삼촌들의 단골 불평이 하나 있다. ‘동물 고치는 데 무슨 돈이 그렇게 많이 드냐?’라는 얘기다. 이 말에서 인간 우월주의가 느껴진다. 사람이 더 우월하므로 동물은 사람보다 병원비가 저렴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듯하다. 게다가 덩치가 작은 동물들은 치료하는 게 더 쉽고 약품도 덜 들어간다고 생각되니, 비싼 동물병원비는 수의사들의 과욕이라고 생각하면 퍼즐이 딱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실제로 동물병원 진료비는 사람에 비해서 단가가 낮다. 해외 동물 진료비에 비교해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사설 보험에 가입한 보호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매우 낮아진다. 그럼 보험을 가입하면 다 해결될 문제가 아니겠냐고 할 수 있지만, 아직 사설 보험은 널리 퍼져 있지 않고 사람의 의료보험처럼 동물을 키우면 필수적으로 가입하도록 시스템화하는 것이 어렵다. 매달 나가는 지출이 늘어난다는 생각 때문인지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고 동물등록의 의무화에도 불구하고 미등록 동물이 매우 많은 현상황에서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회에서는 병원비가 비싸서 버려지는 동물이 많으니 병원비를 낮춰야 한다는 궤변을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동물병원비가 더 낮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수의사도 하나의 직업이고 경제 활동을 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비용은 정해지고,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나 공급 역시 포화상태이다.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은 나로서는 이후의 일들을 예측하기 힘들다. 허나, 단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동물을 버리는 이유를 비싼 동물병원비로 돌리는 사람들은, 동물을 키울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동물을 버리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으며, 한 생명을 사지로 내모는 이기적인 일이다.




동물을 키우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본문에서는 병원비에만 국한해서 서술하였지만 이외 사료, 간식과 배변 패드 등의 각종 용품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귀여움의 이면엔 많은 어려움들이 숨어있습니다. 예를 들면 하루에 몇 번씩 배변과 배뇨를 처리해야 하며, 교육 문제 및 물거나 짖는 등의 행동 문제 역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작은 생명이기에 조금만 낑낑대도 잠을 설치게 되고 목욕 한 번 시키려면 전쟁이 따로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작은 생명으로부터 위로와, 행복을 얻습니다.


동물병원에서 실습하며 참 적성에 잘 맞는 직업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원에 와서 똥을 싸고, 귀청이 떠나갈 듯 짖어대며, 입질을 하고 버둥대는 녀석들을 다루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행복과 감동을 찾을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최선을 다하고도 아이들의 마지막 순간이 오면 눈물을 흘리는 보호자님들의 따듯한 사랑이 저의 가슴에 전해지고, 치매에 걸린 아이가 미친 듯이 짖어대도 웃으며 아껴주는 보호자님들의 모습에 감동의 눈물을 삼키기도 합니다.


얼마나 아이를 사랑하고 감당할 수 있는지. 이는 경제력과는 별개로 동물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 주지 못하더라도, 아픈 동물들은 보호자에게 의지하며 그 품 속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을 테니까요. 이 세상 누군가의 입에서 동물병원비 때문에 동물을 버린다는 삭막한 얘기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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