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기

코타키나발루 여행기#5 존중

코타키나발루에서의 마지막 날, 블루모스크에서 얻은 교훈

by 까칠한말티즈

코타키나발루의 마지막 날이 어느덧 다가왔다. 어느새 정이 들었는지 쨍한 햇살과 후끈한 공기가 바짓자락을 붙잡는 듯했다. 아쉬움이 컸지만 영원히 머물 수는 없는 법,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즐기자는 마음으로 체크아웃을 한 우리는 시티 투어에 나섰다.


코타키나발루는 이슬람 국가로, 여행객에게 개방하는 유명한 사원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블루모스크와 핑크모스크는 사원의 색감을 딴 별명으로 유명한 사원이다. 우리는 히잡 체험까지 해볼 수 있는 블루모스크로 향했다. 아마 비이슬람 문화권의 여행객 대부분은 종교적인 면보다 예술적인 면에 이끌려 블루모스크를 방문할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예쁜 사진을 남기는 것만 생각하며 가벼운 발걸음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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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블루모스크는 시원한 색감으로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전날 코콜힐 투어에서 돌아오며 창밖으로 보았던 빛나는 사원의 야경도 아름다웠지만, 햇빛에 비친 본연의 모습이 더욱 아름다웠다.


블루모스크는 단순 관광지가 아니라 실제로 종교의식이 행해지는 장소이기 때문에 먼저 안내소에 들러 입장권을 받고 히잡을 대여해야 했다. 환복 후 사원 입구로 진입하자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장난을 치고 있었다. 시끌벅적 뛰어놀만한 나이였음에도 어려서부터 사원의 분위기를 보고 자랐기 때문인지 정숙을 유지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입구에서 한 남성이 다가와 예배당에 들어가지 말고, 이슬람 문화에 맞지 않는 기도를 하지 말라는 주의 사항을 전달해 주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당혹스러웠다. 사원에 들어오기 전 두 손바닥을 모아 기도하는 시늉을 하며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이슬람의 기도에서는 두 손바닥이 하늘을 향해야 한다. 즉, 나는 이슬람 사원에서 다른 신에게 기도를 올려버린 셈이다.


블루모스크는 관광객들에게 기꺼이 그들의 문화를 열어주었다. 그들이 여행객들을 존중하는 만큼, 나도 그들의 문화를 존중했어야 했다. 과연 나는 블루모스크를 관광할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종교를 믿지 않는 내가, 평소엔 하지도 않는 기도를 굳이 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몰라서 한 행동이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했다면 하지 않았을 경솔한 행동이었다.


존중이 필요한 이유는 서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 중 똑같은 사람은 단언컨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타고난 성향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르다. 그리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지 않는 순간, 우리는 거리감을 느낀다.


존중을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특히 상대방의 기분이 상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좋아하는 행동을 굳이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싫어하는 것을 이해하고 지켜주면 된다. 내가 존중을 보인 만큼 상대도 나에게 존중을 보일 것이므로 이는 존중을 받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알기 위해서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바삐 돌아가는 일상에서 우리는 나 이외에는 관심을 기울이기 힘들다. 하지만 모든 것이 느긋한 이 도시에서 존중은 일상이었다. 도로에선 클락션 한 번 울리지 않았고, 대화를 할 땐 항상 웃음을 가득 머금었으며, 여행객들을 향한 사소한 배려를 생활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상대방을 살필 수 있는 여유가 존중으로 이어진 것이다.


남은 시간, 우리는 코타의 마지막을 여유롭게 즐겼다. 태양이 뿜어내는 강렬한 빛줄기와 사람들의 움직임이 어우러져 해변을 어떻게 채색해 내는지 바라보면서.

코타의 마지막 석양.jpg

자연도, 건물도, 사람도 아름다웠던 코타키나발루. 이 여행이 힐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성숙한 내면 덕분이 아니었을까. 아쉬움을 뒤로하며 바라본 코타의 마지막 석양, 이를 바라보는 나의 양쪽 어깨엔 여유와 존중, 무거운 두 가치가 올라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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