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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돌 Oct 08. 2022

유머

30여년의 노력에도 발전이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나의 n행시 실력과 유머감각이다. 사람들의 웃음코드는 다 다르고 모두를 아우르는 유머감각을 가진 사람들은 늘 모두의 중심에 있다. 주변에 큰 관심이 없는 나는 그들의 센스와 노력, 그리고 영리함에 내적 박수(마음 속으로 존경의 박수를 친다는 뜻)를 보낸다.

얼마 전 좋아하는 친구와의 첫만남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너는 정말 재미없었다.'라는 얘기를 들었다. 늘 알던 사실이지만 되돌아 보아도 재미없음이 기억될만한 사람이라니! 그게 너무 재밌었다.

으하하 내가 여전히 재미없는 사람이라니!


그러나 나는 스스로가 너무 재밌다. 예전에 인상깊게 읽었던 어느 책의 저자는 자신의 성공비결이 바로 유머감각이라고 했다. 나는 그 책을 읽는 내내 그의 유머에 한번도 웃은 적이 없지만 그가 얼마나 유쾌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삶에 있어 때로는 그런 낙관주의적 시선이 필요하다.

냉철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조금이나마 정답에 곳에 서려고 왼발 오른발을 들었다 놨다 어중간한 스탠스의 사람과

온 세상이 재밌고 만만해서 틀리더라도 당당히 서서 깔깔웃을 수 있는  사람 중에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아마 나라면 후자다.


나는 전자에 가까운 사람이다. 크든 작든 세상을 재어보고 끊임없이 정조준을 위해 한쪽 눈을 감는 그런 사람. 때로는 그런 자신이 불쌍하거나 답답하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재미없냐고?

아니 나는 너무 재미있다. 중요한 것은 내 스스로 얼마나 재미와 긍정을 추구하며 사는냐는 것이다. 나는 7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는 것으로 휴식을 대신하고 온 몸이 다치는 운동을 하는 것이 즐겁다. 누구는 떠나는 날만 기다리지만 나는 집을 나서자마자 집에 돌아올 순간만을 기다린다. 밖에선 미소만 짓는 미소봇이지만 혼자 있을 때는 속옷차림으로 춤도 추고 남들 앞에선 말을 아끼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투 머치 토커가 되는 내가 너무 재밌다.


자기애? 자존감? 잘은 모르겠지만 자신을 사랑해야 타인도 사랑할  있는 법이다. 성공의 기준이 자신의 만족을 먼저 넘는 것이라면 

생각해보라,  계의 문턱얼마나 을지.

나는 행복하다.

물론 나의 n행시를 받아주는 사람은 고역이겠지만.




그래도 나는 웃으려 한다. 긍정이 나의 힘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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