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남은 많은 흔적들 중에 너의 손에 오래 머물렀던 것들이 있다. 그중에 내가 좋아하는 것은 작은 그림이다.
짧은 머리에 환하게 웃는 표정, 내게 어울리지 않는 따뜻한 색과 내 이름. 네게는 내가 그렇게 비춰졌나보다.
나를 상상하는 네 모습은 어땠을까. 다른 사람들을 볼 때 짓는 새침한 표정이었을까. 읽기 싫은 책을 억지로 읽는 표정이었을까. 가짜 웃음소리를 내며 깔깔 넘어가는 그런 얼굴이었을까.
나도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너의 눈과 표정을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