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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돌 Mar 26. 2023

야한 생각

일을 하다 보면 못 마시는 커피를 마시게 된다.

오늘은 그게 좀 과했다. 잠을 못 이룬 지 세 시간째.

온갖 생각들 중 너와의 어느 날 밤에 발목이 잡혔다.

내가 겪은 가장 야한 순간

생생히 기억하는 너의 실루엣,


나는 묶은 너의 머리카락을 풀어헤치는 것을 좋아했는데

늘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네 가슴을 움켜쥐는 게 좋아서였다. 너의 발목에서부터 손가락 끝으로 허벅지를 따라

오가는 너의 골반을 느끼는 것도 좋았다.

우리는 그 순간을 사랑했다.

멈춘 시간 속에서 온전히 서로에게 사로잡혀

너는 나를 타고 흐르고 나는 그런 너를 삼키며

밤을 비집고 수십 번 서로를 새겼다.


너는 나를 잊을 수 있을까

너를 사랑하는 순간을 다 빼면

시간이라는 게 남아있기는 할까


네가 없어 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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