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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돌 Apr 06. 2023

글쓰기적 주관

가끔 어떤 상대를 만나면 사라 재준 연진 처럼 자기 할말만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딱히 답변을 바라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서 각자의 용건이 끝나면 대화도 자연스럽게 끝난다. 어느 글에서 보니 요즘 세대의 특징이라고 하더라.

(예전에 같이 일하던 선배는 이런 쏟아내는 식의 대화를

‘마음의 배설'이라고 했다. 멋진 표현.)


친구와 글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짧은 하소연과 긴 답변. 나는 참 말이 많다.

한때는 글 잘 쓰는 법에 대해 깊게 고민했다.

글에 논리를 더하는 법부터 설득력을 갖는 법,

글에는 정답이 있다는 주장부터 글쓰기 습관들이기까지.

여느 분야가 그렇듯 전문가들은 각자의 주관을 내비친다.

그러나 남말을 듣지 않기로 유명한데다 국제 맨 땅에 헤딩전문가인 나는 먼 길을 돌고돌아 나만의 주관을 갖게된다.


1. 글은 독자에게서 완성된다는 것

2. 때로는 그 독자가 자기자신을 포함한다는 것

3. 사랑받는 글은 정해져있다는 것

4. 글은 아웃풋만큼이나 인풋이 중요하다는 것

5. 기타 등등


뭐 적으면 끝도 없겠지만 이정도다.

내가 쓰는 글은 매우 주관적이다. ‘나, 내가, 나는’이라는 표현이 매우 많고, 묘사가 많으며, 호흡이 길다.

내 글의 제 1독자는 나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내 글에는 타협이 없는데, 덕분에 인기가 없지만가끔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 얻어걸린다. 나는 결이 비슷한 이들을 만나는 것을 매우 즐거워하므로, 타인의 입맛에 맞출 필요가 없다.

또 나의 정서는 슬프고 어둡다. 내게서 나오는 글, 노래, 영상, 연기의 모든 것에 그 정서가 배어있다. 나는 그것을 사랑한다.


모든 글에는 목적이 있다. 목적이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사람은 이유없이 시간을 들여 글을 쓰지 않는다. 이유가 없다면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다.(굳이 찾을 필요는 없다.)

그에 맞게 쓰면 된다. 나를 추앙하던 몇몇 작가들은 유명인이 되었고, 내가 존경하던 작가들 중 대부분은 절필했다.

내 꿈은 글로 돈을 버는 것도, 유명해지는 것도 아니라

그냥 평생 쓰고싶은 글을 쓰는 것이다. 늙어서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번쯤 내 글로 공연을 올려보고 싶은 막연한 상상이 있을 뿐이다. 그조차도 관객을 염두해두지 않은게 고약한 점이다. 흔들리지 않는 것에는 부러질 걱정이 없다.


갑자기 라라랜드의 노래 가사가 생각나서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LaLa Land OST - Audition (The Fools Who Dream)


The water was freezing she spent a month sneezing but said she would do it, again Here's to the ones who dream Foolish, as they may seem Here's to the hearts that ache Here's to the mess we m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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