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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돌 Apr 11. 2023

기억을 짧게 적어두면 돌아볼 문장이 많다

두어 줄이면 끝날 문장을 수백 번 반복해 적다 보면 나중에는 종이를 채운 것이 잉크인지 펄프인지 헷갈리게 된다.

짧은 기억은 필적이 되고 필적을 거듭해 색칠이 된다.

내가 당신을 채운 것인지 당신이 나를 채운 것인지 헷갈리게 되자 우리는 서로의 공간에 동시에 존재하게 되었다.


언과 무언의 순간을 거듭하며 쌓아둔 문장들이 무책임하게 쏟아졌다. 마침표는 다음 마침표로 중간에 몇몇 쉼표를 찍어가면서.


어색한 첫마디

시간이라는 게 있었던가

우리에게 공간이 의미가 있었던가


짧은 문장을 혼자서 되걸었다. 빈칸마다 당신의 잉크가 칠해져 있다. 건너뛰는 법 없이 반걸음으로 기억을 메운다.

중얼거리는 콧노래


우리의 공간에는 실오라기 하나 없었으면

검은 공간에 작은 빈칸도 하나 없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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