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지는 날이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한 번도 멈춰 선 적 없는 곳에 차를 대놓고 쏟아지는 빗소리를 듣곤 한다. 빗방울은 차체에 무너져 혼자 남은 공간을 감싸 안는다. 땅에서 온 것인지 빗속에 품고 있던 것인지 알 수 없는 냄새가 멀리 있던 기억들을 불러 모았다.
사랑을 하다 보면 가끔 어디로 가고 있는지 혹은 왜 멈춰서 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매일 같이 꿈을 꾸면서 그날이 언제 오는지는 알 수 없는 기분과 같다. 마치 빗물처럼 우리는 스며들었다 솟아올랐다 하며 어쩌면 같은 혹은 영영 닿을 수 없을 만큼 다른 마음으로 미완의 세계를 함께 순환하고 있다.
온갖 것들을 향해 무너지는 빗소리를 듣는다.
눈이 올 때를 제외하고
날씨는 비가 오거나, 안 오거나 둘 뿐인데
비가 올 때면 네 생각을 아낌없이 쏟아
온 감정과 세상을 다 휘저어놓으니
맑은 날이 들으면 퍽 서운할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