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돌 May 14. 2022

존경할만한 사람

아주 잠깐 알았던 동생이 있다.

나랑은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우리는 글을 쓰다 만났고 그렇게 헤어졌다.

당시에는 함께 글을 쓰던 사람이 많았는데

그 중 대부분은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글을 쓰지만 꽤 많이 독선적으로 변했으므로

이건 더 이상 글이라고 할 수 없다. 만약 어느 날 싸질러놓은 글들을 보고 어느 정신 나간 출판담당자가 나를 찾아와 애원하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려도 나는 출판할 생각이 없다. (물론 그럴 리도 없거니와 나는 오직 나일 때만 나이므로.)


그러나 그 동생이라는 자는 얼마나 존경할만한 사람이냐면, 학생 때 글을 쓰기 시작해서 글을 쓰기 위해 공부를 하고 글 쓰는 대학에 합격했던 그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나는 글로 밥 벌어먹는 일에 얽히는 것조차 싫어하지만

그는 그 고되고 쓴 밥그릇에 목숨을 건 것이다.


그러니 내가 아무리 값진 고기를 입에 넣은들

그의 목숨 건 한술보다 배부를 수가 있을까


그는 사랑하는 것을 위해 굶주릴 줄도 알고 굶주린 것을 참을 줄도 알고 그렇게 얻어낸 한 숟가락에 감사하고 기뻐할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내가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가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그림을 그리거나 법을 공부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건물을 올리거나 당신과 함께 일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누군가의 배우자가 되어 사랑을 하기로 마음먹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가 세상에 무슨 짓을 했었더라도 그를 존경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