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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돌 May 13. 2022

민수

나의 느낌을 말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당신은 길게 뻗은 강을 가운데 놓고 나란히 걷는 사람과 같다. 우리는 손을 잡을 수도 안을 수도 없지만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걷는다.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을 함께 느끼고 볕이 아름다운 날에는 해를 가리켜 함께 올려다보기도 한다. 가끔은 함께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거나 오늘 제일 잘한 일이 뭐냐고 소리쳐 묻기도 한다.


아마 우리는 서로를 잘 아는 것 같다.

당신은 내가 상상하던 모습대로 나타나고 그 모습대로 걷는다. 말없이 사라졌다가 내가 여전히 이 강가를 따라 걷고 있을 것을 안다는 듯 다시 나타난다.

당신이 떠나거나 사라지더라도 나는 당신을 잡을 수 없다.

그냥 이 강가를 따라 걸으면 다시 나타나리라 믿을 뿐.


그러나 나는 강 건너로 보이는 것보다 당신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상상한다.

바람에 스며 불어올 당신의 향기, 스쳐 닿으면 느껴질 체온과 이마에 맺힐 땀방울, 당신의 눈썹 입술 표정.


당신은 어떨까 강 건너의 당신도 나에 대한 상상을 할까

이곳에 돌아오면 내가 있을 것이라 감히 생각하는 것을 믿음이라고 생각해도 될까

나와 함께 걷는 것이 당신에게는 도피나 일탈일까

아니면 여행일까


섬이면 어떨까. 당신의 말처럼.


물을 수 있다면 묻고 싶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는 어디에 있는지. 함께 걷기 전의 어느날에 있는지

바다로 둘러쌓인 섬인지

섬을 꿈꾸는 닿을 수 없는 강의 맞은 편인지

강을 따라 걷다보면 언젠가 닿을 수 있을지


물을 수 있다면 묻고 싶다.

섬이면 어떨까 당신의 말처럼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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