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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돌 Jun 01. 2022

자화상



대충 늘어트려 놓은 다리 여기저기에 든 멍과

듬성듬성 자란 털들 지워진 타투와

베이고 찔린 손가락의 상처들

밀려나온 뱃살과 그 위로 드리워진 갈비뼈들

좁은 어깨와 길게 늘어진 두 팔

짧게 선 목과 티셔츠 라인 위로 까맣게 탄 피부

그 위에 뚜렷한 점 하나

보라빛 입술과 넓은 코 볼, 작은 콧구멍

낮게 오른 콧대와 올바르게 보는 두 눈

균형을 짊어진 눈썹

느리게 자전하는 뇌와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이마


벌거벗은 채로 차가운 바닥에 등을 기대고 앉아 저 멀리 바라본다. 응시하는 곳에는 당신이 있다.

이 감각이 당신에게서 오는 것인지 내게서 당신께로 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저녁공기는 나와 얇은 경계를 이루어 세계와 나를 분리시켜놓는다. 길 잃은 아이처럼 이곳에 이대로 초월하면 우리는 어느 시간선에서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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