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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돌 May 25. 2022

알면 알수록

삶이라는 것은 알면 알수록 어렵다. 나 밖에 모를 땐 쉽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싸고 싶을 때 싸면 되니까. 그러나 가족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직장이 있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지켜야 하고 댓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사는 것은 점점 어려워진다.

가끔 세상은 내게서 멀어지기도 가까워지기도 한다. 가까운 것은 빠르고 먼 것은 느리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상대적인 것일 뿐이다.

나는 무엇에 빗대어 세상을 봐야 하는가. 매일 공부하고 생각하고 움직이고 들여다봐도 모든 것을 관통하는 진리 같은 것은 없다.

게임에서 무조건 이기는 방법이 있다. 이기는 게임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걸 잘하는 사람을 두고 '전문가'라고 부른다. 내게는 세상이 너무 크고 개개인은 너무 작아서 자세히 보면 모두가 대단하고 대충 보면 모두 보잘것없다. 사랑 사랑 사랑! 매일 찬양해대다가도 그런 게 뭐가 중요한가 싶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기에 나는 울었다. 그러다 울지 못했고 그러다 또 울음을 참지 못했다. 목사님은 우리가 다시 만난다고 했는데 우리는 그럴 수 있을까. 죽은 자가 다시 산다고 했는데 정말 그럴 수 있을까. 그러면 나는 왜 우는가 우리는 왜 기쁘고 슬퍼하는가.

의미 없는 것은 없다. 그렇다고 유난히 의미 있는 것도 없다. 그냥, 그냥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이해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똑바로 보는 것이다. 더 많이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을 의심하는 것이다. 잘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사는 것이고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죽음을 아는 것이다. 알면 알수록 아는 것은 작아지고 모르는 것은 많아진다.




그냥, 오늘은 독자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선 불통의 인간과 소통을 하게 된 당신께 축하를 전한다. 나는 오늘 소통이 필요한가보다.

내 글은 전달이라는 다리 하나를 잃은 호랑이다.

내 세계를 지키는 영물이 있어 나는 기쁘다.

오늘 쓴 글은 삶의 불확실성에 대한 글이다. 독자가 많지 않은 것을 알지만 만약 이 글을 읽는다면, 염세나 회의로 비춰지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은 불확실하고 변동적이다. 뿐만 아니라 무한하게 확장하는 괴물이다. 그에 비해 우리의 인생은 아주 보잘것없고 작은 것이다. 게다가 유한하기까지 하다. 그 사이에서 오는 괴리에서 우리는 많은 상실을 얻음과 동시에 희망을 갖기도 하며, 꿈을 꾸고 종교를 갖기도 한다. 그러나 꼭 하나 나와 당신이 기억했으면 하는 것이 있다.

'존재'는 객관적인 것이라 내가 사라져도 세상은 잘만 돌아가겠지만 '의미'는 오직 나만의 것이므로 내가 무엇에 어떤 의미를 두느냐에 따라 내 삶의 가치는 달라진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의미 없는 것도, 유난히 의미 있는 것도 없다. 그것은 오직 당신의 결정에 의한 것이므로 신중하되 충실히 하라. 나도 그런 삶을 추구하는 중이다.

사랑하는 것을 지키고, 열심히 벌어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뭔가가 되어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이 되어보기도, 미움받고 슬퍼해보기도 하는 것이다. 내가 아니고서야 그 무엇도 내 세계가 될 수는 없으니까.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출처 불불명한 명문장과

'유일하게 변치 않는 사실은 변한다는 사실'이라는  지혜에 박수를 보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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