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관악산도 웨이팅을 한다네요

by 글쓰는정혜

‘웨이팅’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지 않는 장소는 어디일까.
나는 그중 하나로 산을 떠올렸다.


산이라는 곳은 원래 그런 곳이니까.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누가 재촉하지도 않는 걸음으로 천천히 걷는 곳.
정상에 도착하는 순간보다 그 사이의 시간을 즐기는 곳 말이다.


그런데 최근 SNS에서 흥미로운 글을 봤다.
관악산의 정기가 좋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MZ세대 사이에서 관악산 연주대를 ‘웨이팅’한다는 것이다.


하다하다 산에서도 웨이팅이라니.

처음에는 조금 웃겼다.


그리고 동시에 꽤 흥미로운 장면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세상에서는 무엇이든 힙해질 수 있고, 무엇이든 트렌드가 될 수 있다.
예전에는 너무 당연해서 주목받지 못했던 것들조차 어느 날 갑자기 ‘핫플’이 되기도 한다.

산도 그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스쳤다.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좋다’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누군가 여기 좋다고 하면 금세 사람이 몰리고,
어디 별로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순식간에 발길이 끊긴다.


요즘은 K-콘텐츠, K-음식, K-문화까지 세계적인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문득 그런 상상을 해본다.

혹시 이 ‘웨이팅 문화’까지 전파되는 건 아닐까 하고.


어쩌면 언젠가는 외국의 어느 산 정상에서도
“지금 정상까지 30분 대기입니다”라는 안내문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