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을 우아하게 타는 법은 없었다
폴을 우아하게 타는 법은 없었다
폴댄스의 첫 인상은 우아함이었다. 감성적인 노래에 맞춰 화려한 의상을 입고 봉을 도는 모습. 여성스럽고 현란한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나를 진짜로 움직인 건, 배워본 사람들의 후기였다. “보기보다 너무 힘들다.” “온몸이 멍투성이가 된다.” “그런데도 계속 하게 된다.”
나는 그 문장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멍이 드는데도 계속하게 되는 운동이라니.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다는 걸까.
집 근처 학원에서 1회 체험을 신청했다. 준비물은 짧은 반바지와 나시. 생각보다 가벼웠다. 준비물도, 내 마음도.
폴댄스는 마찰의 운동이었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몸에 ‘그립제’를 바른다. 선생님이 부위마다 그립제를 발라주는데, 그 순간 나는 마치 학예회 무대에 오르기 전 분장을 받는 어린아이 같았다. 괜히 들뜨고, 괜히 긴장되는 기분.
준비운동은 의외로 차분했다. 봉을 잡고 몸을 늘리고, 기대고, 균형을 잡는다. 어디에서도 해보지 못한 방식의 스트레칭. 봉은 단단했고, 나는 아직 어색했다.
첫 동작은 ‘클라이밍’. 말 그대로 봉을 타는 것이다. 무릎 안쪽과 복숭아뼈 안쪽으로 봉을 조여 올라간다. 처음엔 그 단순한 동작조차 쉽지 않았다. 겁이 났고, 힘이 모자랐다.
그래도 일단 타고 나면, 세상이 변한다. 봉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영상 속에서는 느려 보이던 회전이 실제로는 훨씬 빠르다. 머리가 어지럽고, 중심이 흔들린다. 나는 몇 번이나 내려와 매트 위에 서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몇 번 반복하니 몸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어디에 힘을 줘야 하는지, 어떻게 붙어 있어야 하는지. 수업이 끝날 즈음, 거울 속에는 제법 그럴싸하게 봉을 타고 있는 내가 있었다.
나는 아직 우아하지 않았다. 여전히 서툴렀다. 하지만 떨어질까 봐 망설이던 순간을 넘어서, 발을 떼 본 사람은 되어 있었다.
폴을 타고 도는 일은 어쩌면 세상살이와 닮았다. 중심을 잃기도 하고, 금방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다시 올라가 보는 것. 멍이 들어도, 다시 붙잡는 것.
나는 그날, 우아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버티기 위해 봉을 잡았다. 그리고 조금은 알게 되었다. 성장이라는 건 화려한 회전이 아니라, 떨어지고도 다시 타보는 마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