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추를 매우 좋아한다.
특유의 향과 약간의 알싸한 맛이 내 구미를 당긴다.
그래서 부추 속을 넣은 오이소박이도 좋아하고, 부추 죽도 좋아한다. 부추 전도 좋아하고, 부추김치도 좋아한다.
부추는 몸에도 참 좋은데, 맛과 향도 좋다.
그래서 '가을 전어'처럼 부추에도 따라다니는 말들이 있는데, 초여름의 부드럽고 향긋한 부추를 두고 '오뉴월 부추는 첩도 안 준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부추의 이로운 작용을 두고 '웬만한 잔병은 부추밭에서 한숨 자고 나면 낫는다.'는 말도 있다.
특히 가을 부추는 그 효능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나도 엄마에게 들은 말이라 검증된 것인지는 모르되, 할머니에게서 엄마로 구전된 것이니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찬바람 맞고 좀 뻣뻣해진 가을 부추는 환절기 감기를 면할 수 있게 도와준다.
부추를 자주 먹은 덕택인지 우리 아이도 어린이집 반 아이들이 모두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데, 반 아이들보다 옷도 얇게 입고 다니지만 아직은 무리가 없다.
동의보감에 언급된 부추의 효능을 간추려보면 아래와 같다.
부추는 간을 위한 채소다, 그만큼 간에 좋다.
부추는 혈증에 좋다. 혈행을 개선시키고 노폐물과 독소 배출에 효과적이라 심장과 신장에도 이롭다.
부추는 철분이 많고 복부를 따뜻하게 하여 여자와 아이들에게 이롭다.
부추는 남성의 생식기능을 증대시킨다.
(실제 '황하알릴' 이라는 성분으로 인해 정력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나는 수족냉증으로 한여름에도 양말을 꼭 신고 자는데, 부추를 먹고 나서는 답답하다고 느낄 때가 더러 있다.
위에 부추의 효능 중 '생식기능 증대'를 쓰다 보니, 오래전 TV에서 해외토픽으로 100세가 다 된 남성이 아들을 출산했다는 소식과 그 비결이 부추였다고 한 기사를 접한 기억이 난다.
그때도 나는 부추를 매우 좋아했던 터라, 같이 보고 있던 아빠와 부추가 얼마나 뛰어난 식품인가를 논하며 그날 삼겹살에 저녁은 부추무침을 해 먹었더랬다.
아빠는 삼겹살을 구워 드실 때 내가 한 칼칼한 부추무침을 특히 좋아하신다.
돼지고기 구이를 먹을 때 부추만 한 게 또 없다.
파채도 좋지만 파채는, 가정에서 만들기가 매우 번거롭고 호불호가 뚜렷한 음식이다.
파채를 대신해 부추를 곁들이면 느끼함도 잡아주고 고기의 소화를 도와 위장도 편하게 해 준다.
이 글을 쓰는 전날도 나는 목살을 구워 부추무침과 저녁밥상을 대신했다.
고기를 굽는 중에 부추를 다듬고 무치는데 드는 시간은 10분이 채 안 걸린다.
싱싱한 부추라면 다듬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추추 끝의 누런 표피를 벗겨내기 위해 하나씩 손질하는데, 한 단을 손질할라 치면 매우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고개도 매우 아플 것이다. 게다가 손톱 끝이 진녹색으로 물드는 건 덤.
부추 다듬기
1. 부추를 다듬기 전 가지런한 상태로 뿌리 끝을 물에 잠깐 담가 둔다.
2. 그 상태로 뿌리 끝을 양손 바닥에 모으고(한 번에 많다면 두 번 세 번 할 양으로 나누어) 살살 비빈다.
3. 다시 뿌리 끝을 물에 담가 가지런한 머리채를 잡 듯 가운데를 쥐고 깨끗한 물에 흔들어 벗겨진 거풀을 헹궈낸다.
4. 잎의 끄트머리는 손으로 쥐고 한 번에 뜯어내거나, 칼로 잘라낸다.
영상을 찍었다면 더욱 쉽게 설명이 됐을 텐데..
위 설명대로 한다면 부추 다듬기에 1~2분 정도면 충분하면서도 깔끔하게 다듬을 수 있다.
부추무침
필수 재료 : 부추, 마늘, 까나리액젓(액젓류가 없다면, 소금과 간장)
선택 재료 : 양파, 매운 고추, 고춧가루 (선택 재료 +표기)
1. 부추를 먹기 좋은 크기로 성큼성큼 썬다.
2. +양파를 얇게 썬다.
3. 다진 마늘과 까나리액젓을 취향에 따라 적당량을 넣고 버무린다.
4. + 매운맛을 원한다면 매운 고추를 다져 넣어 같이 버무린다.
5. + 고춧가루는 칼칼함 보다는 색감을 내기 위해 넣는 재료로, 많이 넣으면 텁텁해질 수 있다.
버부리기 전, 모든 재료를 넣은 모습
양파를 얇게 써는 것은 균일한 식감을 주고자 부추와 굵기를 맞추기 위한 것이니, 번거롭다면 양파의 굵기는 취향에 따라 하면 된다.
양파와 고춧가루는 선택 재료로 식감, 색감, 다양성을 위해 넣는 것이므로 없으면 생략해도 부추무침 자체의 맛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고춧가루가 청양 고춧가루라면 매운 고추를 빼고 이것만으로도 칼칼하게 무칠 수 있다.
매운 것을 못 먹거나 싫어한다면 청양 고추는 생략 하자. 이미 기본재료로 맛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