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무언가를 판다.
연일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에 대한 분석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경우의 수를 갖고 있다는 바둑마저 점령한 듯 보이자 사람들이 두려움에 떠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은 아바타와 같은 공상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다."
미래학자가 토마스 프레이가 말했다. “앞으로 15년 안에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리질 것입니다.” 20억 개의 일자리에는 택시기사부터 단순 제조업, 약사, 신문기자까지 다양하다. 물론 이것들이 당장 내일 없어질 것도 아니기에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분명한 건 스스로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익숙했던 많은 직종들이 소멸하고 대체될 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시기에 인간의 직업으로서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직종은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바로 “세일즈”이다.
첫째 : 세일즈는 관계 전문가이다.
(관계는 로봇이 점령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단계가 될 것이다.)
세일즈는 무엇을 하는 직업인가?
우리는 흔히 세일즈를 단순히 상품을 파는 존재로만 인식한다. 포스트잇, 부동산, 자동차, IT솔루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들을 취급하지만 상품은 단지 상품일 뿐이다.
세일즈가 본질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바로 그들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다. 신뢰란 곧 감정이며 감정의 소통은 고도의 인간관계 기술이다. 이를 로봇의 알고리즘으로 구현하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옥스퍼드대학의 마틴스쿨 연구진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을 상대로 협상을 하거나, 대인관계를 통해 상호협력을 이끌어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등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직업은 앞으로 기술이 발전해도 살아남을 것”
*이곳에 접속하면 옥스퍼드 마틴 스쿨’ 연구팀이 개발한 테스트를 통해 내 직업은 로봇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할까?를 알아볼 수 있다.
인간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결정권자의 위치를 지키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 공상영화에나 나올법한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는 다면 그 결정권은 계속 인류가 갖고 있을 것이다. 미래는 결정을 하는 “사람(구매자)”과 결정을 돕는 “사람(세일즈)” 그리고 그 결정을 실행하는 “로봇(상품)”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둘째 : 프리에이전트의 시대 모두가 세일즈다.
미래 학자이자 작가인 다니엘핑크와 토마스 프레이는 입을 모아 말했다. 향후 10년 안에 대부분 국가에서 프리에이전트들이 차지하는 직업의 비율이 40%에 육박할 것이다. 이는 기업과 개인 모두가 “노동력의 유연성”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기업은 고정비용을 줄이고 일 량에 따라 고용을 컨트롤할 수 있고 프리랜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자신이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만족감을 줄 수 있다.
최근 디지털 노마드라는 키워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모바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일 할 수 있는 프리에이전트를 뜻한다. 이들 키워드의 공통점은 바로 “세일즈”이다. 개인이 한 명의 전문가로서 비즈니스를 전개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팔아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홍보와 협상능력을 발휘하고 최종 결과물까지 만들어내는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곧 올 것이다.
물론 이런 프리에이전트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한 분야의 대표라 칭할 수 있을 정도의 경험과 공부가 그득하게 머리에 차있어야 스스로의 전문성을 팔며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프리랜서와 프리에이전트의 경계 속에서 끊임없는 사회적 환경적 도전을 담담히 받아 내야 한다. 노동력의 유연성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얻는 대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셋째 : 세일즈는 섹시하다.
(높아지는 직업적 매력도)
치근덕거리는 변태에서 섹시한 전문가가 되기까지 세일즈는 많은 고충이 있었다. 이 둘을 가르는 단 한 가지는 바로 정보의 비대칭이었다. 과거는 구매자가 정보를 얻기 쉽지 않았다. 때문에 상품에 대한 정보의 힘을 갖고 있는 세일즈가 구매자를 속이고 기만하는 상술을 동원해 억지로 판매하던 것이 바로 어제의 일이다.
하지만 현재는 많은 게 달라졌다. 인터넷을 비롯하여 주변의 전문 채널을 통해 쉽게 정보를 얻는 구매자는 세일즈와 동등한 관계에서 거래를 진행한다. 때론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세일즈는 구매자에게 역으로 당하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따라서 치근대고 추잡하고 저속한 저 차원적인 판매방식에서 벗어난 세일즈는 본격적인 전문 인력으로 거듭나는 환골탈태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단순히 판매하는 세일즈에서 학습하는 세일즈가 되는 순간 위에 언급된 프리에이전트가 되는 것이다. 프리에이전트는 세일즈 + 전문성 있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 없고 사후처리가 중요치 않은 껌이나 포스트잇 같은 저 관여 제품에 대한 세일즈는 마케팅 부서와 로봇이 앗아갈 것이다. 대신 IT솔루션 컨설턴트나 금융설계 컨설턴트 디지털 콘텐츠 서포터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의 이름으로 세일즈들이 진화할 것이다. 또한 이들은 한번 구매가 일어나면 그 상품의 효능이 다할 때까지 책임지는 평생 A/S 시대를 열어나갈 것이다.
위와 같은 사회적 현상으로 인해 이 시대의 세일즈는 누구보다 뛰어난 책임감과 누구보다 다양한 지식을 섭렵해야 하고 누구보다 인간적인 매력을 가져야 한다. 단언컨대, 앞으로 전문 세일즈가 교수보다 더 매력적인 직업으로 촉망받을 것이다.
위와 같은 세 가지 논점을 통해 세일즈의 미래에 대해 얘기해보았다.
만약 인류평화를 위해 인공지능을 매몰하겠다고 운동을 일으키지 않을 거라면 우린 "이동"을 준비해야 한다. 바로 20억 개의 사라질 직업에서 20억 개의 새로 생길 일거리로의 직업적 "이동"을 준비해야 한다. 그 “이동”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유연한 노마드는 바로 “세일즈”이다.
미래에는 교사, 여행전문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유망하지만 업의 본질적인 관점에서 세일즈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지난 몇 년간의 IT 세일즈로서의 경력을 반추하다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단순 외판원 정도만 생각했던 세일즈의 세계는 시대의 변화 속에 다양한 스팩트럼을 뿜어내는 비즈니스의 꽃이라는 걸 알게 해주었다.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상대의 가치와 맞교환할 때의 짜릿함이란 마치 무대에서 주연배우가 관객을 앞에 두고 느끼는 그것과 닮았다. 그 의미는 바로 세일즈가 삶의 주인공으로 살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동화되는 세계경제 속에서 전혀 쓸모가 없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한 사회학자 제러미 러프킨의 말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출처: Heinrich-Böll-Stiftung at en.wikipedia.org>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미래의 충격을 두려워하며 움츠러들기만 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기계에 자리를 내주더라도 언제든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지적 유목민(nomad)이 돼야 한다. 추상적인 추론(abstract reasoning), 문제 해결(problem solving),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협업(collaboration)의 능력을 꾸준히 키워갈 수 있다면 지식경제의 변화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