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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웅 Apr 30. 2016

내가 사랑한 출판사 “작가정신”

책에서 취향을 찾듯 출판사에도 취향이 있다.


누군가는 헤르만 헤세를 좋아한다. 누군가는 노인과 바다를 좋아하고 또 누군가는 세계문학전집을 좋아한다. 이렇듯 사람들은 개개인마다 취향이 존재한다. 물론 나도 좋아하는 작품이 있고 작가가 있지만 난 조금 더 특별히 좋아하는 출판사가 여러 개 있다. 그중 하나인 작가정신의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다. 작가정신의 책에는 간지러운 청춘의 사랑이 묻어나고 귀천이 없는 직업의 스뽀오츠 정신이 있고 삶의 조곤조곤한 애환이 술병에 담겨있다.


그래서 난 내가 애정 하는 출판사의 책 몇 개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스크린셀러로 유명한 이 작품은 일본의 국민작가 다나베 세이코가 쓴 연애 단편소설집이다. 이 단편집에는 조제를 포함해 총 아홉 편의 연애가 펼쳐진다. 하지만 영화가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기자 많은 분들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한 권의 책으로 담겨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 조제의 이야기는 30페이지 분량의 짧은 단편 모음 집중 하나의 에피소드다. 30페이지를 통해 사랑의 시작부터 그 초연함을 느끼기까지의 클라이맥스를 끌어낸 작가도 대단하지만 2시간짜리 영화로 살을 붙여 풍부한 감성의 밥상을 차려준 감독에게도 감사하게 된다. 재밌는 건 소설이건 영화이건 길이에 상관없이 맛있는 커피와 같은 잔잔한 여운이 오랫동안 입가에 맴돈다는 것이다. 동정으로 시작한 사랑인가? 아니 동정으로 시작하면 나쁜 건가?


하지만 결국 그들은 사랑이었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그 무엇이 아니다. 오직 두 명의 당사자만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술이 있으면 어디든 좋아

사랑스러운 괴짜 아가씨 코사카이의 기승전술 스토리
퇴근만 하면 술석 체크, 술이 술술, 하지만 인생은 안 술술!


이건 그냥 제목부터가 내 취향이다. 이 책의 표지와 타이틀만 봤는데도 내용은 아무렴 어때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역시 책의 표지와 타이틀이 좋으면 내용도 따라오기 마련이다.(순전히 내 변명이다J) 다이어트, 건강, 회식문화, 등등의 오명을 않고 열심히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술” 모든 지나치면 좋지 않을 뿐 술은 우리 삶에 빠질 수 없는 절친이다. 나의 친구와 나의 애인과 나의 동료들과 조금 더 가까이 코를 맞대고 기분 좋게 정담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어 주지 않는가? 이 책에 나오는 코사카이에게술이란 디오니소스가 선사한 작음 기쁨이고 일탈이고 진실의 묘약이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코사카이가되어 한 번쯤 거리를 헤집지 않았는가…     

“이 세상 괴로운 일, 슬픈 일이 어디 한둘입니까. 당신에게 당한 수모 정도는 깜도 안 되지요.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세상 풍파, 아아, 술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렇게 좋은 벗들과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것도 다 당신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고마워요, 고마워. 코사카이 씨.”


예테보리쌍쌍바

“당신도 혹시 선수인가요?”

‘갑’과 ‘을’의 사회의 발길질에 넘어지고 만 당신을 향한,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려는 당신을 위한 질문!

제목이 특이하다고 해서 내용 또한 특이할 거라는 진부한 생각을 했다면 정답이다. 새로 나온 아이스크림 이름 같은 이 제목부터 작가의 똘끼를 다분히 보여주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 책의 주인공 또한 만만치 않은 또라이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또라이는 좋은 뜻에서 쓴 말이다. 요즘은 다들 쿨하다 멋있다 거침없다라는 말을 또라이다, B급이다, 사이다, 라고 표현하지 않는가?

하여간 이 책은 물건이다. 갑을 관계로 얼룩진 세계 게임을 지배하는 것은 금수저 흙수저가 아닌 오직 플레이어 스스로의 의지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던 세차장에서 세차를 하던 우리 모두가 갑으로서 플레이어로서 자부심을 갖는 또라이가 돼야 한다. 이것이 바로그가 말하는 스뽀오츠 정신이다. 내 삶에 들어온 B급 단어 중 가장 맘에 드는 A급 단어다.


비발디 –하나뿐인 내 친구

작가정신은 사실 어린이 작가정신이라는 브랜드가 매우 유명하다. 귀여운 국민 캐릭터 무민을 비롯해 아이들의 정서와 감성발달에 좋은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림이나 전달하는 특유의 메시지를 보면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이 들도 읽어 볼만한 동화책들이 많이 나온다. 그중 나는 “비발디-하나뿐인 내 친구”를 추천한다. 이 책은 왕따를 당하는 티아라라는 소녀가 나온다. 작게 시작한 친구들의 장난은 점점 그녀를 왕따로 몰아가게 되었고 종국에는 내가 어떤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지 모를 지경에 와버린다. 점점 인간관계가 힘들어지자 스스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그림이나 음악 그리고 고양이 친구에게 의존하며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티아라를 보면 많은 소녀들의 고민이 마음 한편에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이 책에는 티아라의 왕따 탈출이나 행복한 신데렐라 같은 결말은 없지만 관계의 감옥 속에서 티아라가 어떻게 방법을 찾아가는지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과정과 고민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엄마를 기다릴게


내 인생에 이제 청소년 성장드라마는 볼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 책을 읽기엔 내가 이미 조금? 살아와버렸다.  그런데 이 책은 내게 잔잔한 기다림을 선사했다. 요즘 어머니를 뵙지 못해서 그런가 어머니에 대학 애착이 있어서 그런가 보는 내내 눈을 떼지 못하고 단숨에 읽어 버린 책이다. 머랄까… 만원 내고 세 시간짜리 영화 본 느낌이랄까… 아니 기다림이랄까…


아버지의 가정 폭력으로 인해 하나하나 집을 탈출한 형제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뒤늦게 재회하여 서로를 보듬고 조금씩 형제에 대해 알아가는데…. (브로맨스 아님;;) 긴 시간의 공백이 서로를 경계하게 했지만 결국 형재로서의 우정을 알아가는 과정이 아름답다. 그 와중에 우리 애틋한 형제들은 어머니의 탈출을 마지막으로 고대하는데…… 과연 어머니는 그들에게 돌아와 꼭 안아줄 것인가… 정말 이 결말 보려고 책 페이지를 조금 더 빨리 느낀 감도 없지 않아 있다.


선택이야 어떻듯 많은 생각거리를 남겨준 책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내 가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게 해 준 책이었다.


오늘 나는 작가정신의 몇몇 책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는 지극 내 개인적이고 섹시한 취향이지 모두를 위한 취향은 아니다. 해마다 독서 인구와 지출이 감소하고 게임과 디지털 미디어 가책을 전복한다는 위기의식을 각종 매스컴이 쏟아내고 있지만 이미 우리에겐 훌륭한 출판사 훌륭한 작가 그리고 훌륭한 독서인프라가 존재한다. 단순히 문화인으로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조금 더 작게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을 만들어보자. 그게 마블의 슈퍼히어로 만화여도 상관없고 태양의 후예의 원작 소설이어도 상관없고 리디북스의 페이퍼로 전자책을 읽는 취향도 상관없다. 사람에게 취향이 있다는 건 역시 섹시한 일이다.


※전자책 대표 유통사 리디북스에서 작가정신 특별 할인전을 한다고 한다. (만나보기)

위에 소개한 책부터 다양한 세계문학까지 할인을 한다고 하니 좋은 작품들을 만나볼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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