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웅책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웅 Jul 18. 2016

비정규직 영웅들의 희망 이야기 “괜찮은 내일이 올 거야

같이 걸어요.

이 책을 읽고 아마 3개월 안에 도보여행을 훌쩍 떠날 사람이 적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은 여행에 관한 책은 아니다. 한날한시에 공장에서 잘려버린 네 명의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다. 여자친구도 없고 아늑한 집도 없고 당장 보장된 앞날의 계획도 없는 친구들은 바로 일본의 사토리 세대, 한국의 삼포세대이다.


마치 미하엘 엔데의 모모에 나오는 회색 신사들처럼 잿빛 얼굴로 하루하루를 바삐 살아가는 것에만 몰두하지 어떻게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삶을 배제당한 젊은 이들을 보는 것만큼 가슴 아픈 일은 없다. 시대의 울분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다시 책으로 돌아오자면 “괜찮은 내일이 올 거야” 는 단순한 루저들의 행진이 아닌  희망을 말하는 책이다. 그 희망은 바로 작은 영웅들의 작은 결심에서 이루어진 큰 씨앗이다.


이들은 공장에서 잘린 그날 마스터 슈고를 중심으로 도보여행을 기획한다. 시골에서 도쿄까지 600킬로에 이르는 도보길이지만 어차피 할 것도 갈 곳도 마땅치 않았던 그들은 흔쾌히 여행길에 오른다. 이들이 하나같이 사회 비판적이고 우울한 감성의 소유자들이었다면 바로 책을 닫았겠지만 이들 성격 하나하나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앙상블을 이루는 게 꽤 재미지다. 



이들의 도보여행은 비록 초라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달라졌다. 응원하는 사람이 생기고 SNS 팔로워가 늘어나고 기자들이 취재를 하더니 급기야 정당 별 고위간부들이 교섭을 원하기까지 한다. 생각 없이 여행을 시작한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책을 볼 사람들을 위해 이야기를 조금 아끼겠다.) 신야라는 뛰어난 소셜 마케터의 공도 크지만 사실 사회는 희망을 대변할 작은 영웅들의 스토리가 필요했다. 기사로 쓸 수 있고 뉴스에 내보낼 수 있고 출판도 할 수 있는 따듯한 자극을 그들이 충족시켜주었기에 유명해질 수 있었다. 



얼마 전 롱보드 여신 고효주라는 인스타그램 영상이 큰 인기를 끌었다. 흥겨운 비트와 어우러진 그녀의 자유로운 라이딩 영상은 수많은 청년들에게 이상향과 목표 그리고 희망을 심어주었다. 목표는 곧 희망이다. 이렇듯 지금 우리 사회에는 작은 청년 영웅들의 아름다운 행진이 필요한 이유다. 그들의 이야기와 사례들이 지금의 청년들에게 어른들과는 다른 선택을 해도 된다는 반증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언론이나 대충 매체가 청년들의 분위기를 너무 어둡고 심각하게 묘사해서 그렇지 청년들 하나하나 개성과 빛이 가득한 존재들이라는 걸 이들 캐릭터들이 보여준다.

 

과묵하지만 사연 있는 남자 슈고, 항상 넷북을 들고 다니며 SNS를 관리하는 신야, 팀의 잘생김을 담당하고 다이칸야마에서 유명 헤어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호센, 팀의 멍 때리기를 담당하지만 촌철살인 언행으로 팀의 균형을 돕는 요스케 하나같이 개성 있고 사랑스러운 청년들이다.


이들의 팔로워가 늘어나고 행렬의 규모가 커지자 기성세대의 도움을 어느 정도 받겠지만 그들은 끝내 주체성을 포기하 않았다. 기성세대들은 자기들이 닦아온 길을 정답이라 믿으며 젊은이들이 이유를 불문하고 따라오길 바라지만 그건 잘못된 억압이다. 기성세대와 기성세대의 부모님들과의 길이 달랐듯이 그들과 젊은이들의 길은 또 다를 수밖에 없다. 인생의 길은 아스팔트 도로가 아닌 분열하는 세포에 가깝다. 분열이 멈춘다는 건 곧 죽음이다. 누군가 닦아 놓은 길은 닦아 놓은 그 사람에게 최적화된 길이지 모두에게 맞는 길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자기계발서를 아무리 읽어도 성공할 수 없는 이치와 가깝다.


달라지고 싶다면 이들 4인방처럼 또는 스탭업에 나오는 도시의 춤꾼들처럼 또는 롱보드 여신 고효주처럼 좋아하는 것을 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메시지를 담아보길 바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언가를 행동하는 것이 인생에 마법과 같은 순간이 찾아올 가능성을 높여 줄 것이다.


만약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길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무작정 걸어보자 산티아고 순례길이든 제주도 올레길이든 보라매 공원의 트랙이든 걷고 또 걸어가며 자신의 길을 조금씩 밝혀나가자! “몸뚱이를 움직여야 자신감과 기력이 생기고 없던 미래도 보이는 것이다.”(404, 옮긴이의 말 인용) 걷다 힘들어 잠시 멍을 때리다 보면 이 싱그런 청년 네 명이 떠오르지 않을까? 그들을 생각하며 웃음 짓고 다시 힘차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힘내자! 괜찮은 내일이 “곧” 올 거다.


"괜찮은 내일이 올거야"는 전자책으로도 볼 수 있다.


전자책 리디북스 링크 : http://bit.ly/2angY6l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사랑한 출판사 “작가정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