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처음이세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 진리는 보통 사회인 3년 차 이상이면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거리에서 나눠주는 물티슈는 당신의 시간을 앗아가고 1개월 무료 스트리밍 이용권은 결국 월간 자동결제로 이어진다. 누군가 전화하여 바꾼 지 1년도 안된 폰을 새 폰으로 바꿔준다지만 막상 가입하면 240만 원짜리 분할 노예계약이다. 이렇듯 설령 누군가 호의를 베푼다 해도 영 께름칙한 게 망할 자본주의 세상이다.
하지만 소정의 의도는 있을지언정 우리에게 매우 유익한 공짜도 있다는 걸 최근 전자책을 읽으며 느끼게 되었다. 왜 이런 책들이 무료지? 사람들은 이 책들이 무료라는 건 알고 있을까? 만약 모른다면 너무 아까운 손실이라고 생각되어 지인에게 추천하듯 양질의 무료 전자책을 추천하고자 한다.
물론 이 책 들이 전자책 유저를 활성화하는데 좋은 기폭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단지 그뿐만은 아니다. 정말 돈 주고 사봐도 아깝지 않을 좋은 책들이고 이런 책들을 만들어준 사람들이 조금 더 칭찬과 응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솔이 보고 있나?)
1. 장미와 찔레
- 꿈을 버리든가 꿈을 위해 달라지든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어느 날 후배가 책을 빌려줬는데 그 책이 바로 “장미와 찔레”였다. 제목 참 고리타분하게 지었네 라고 생각하며 조금 보다 덮어버리려고 했다. 그리고 두어 시간쯤 지났을까? 나는 이미 흔들리는 주인공에 빙의되어 열심히 책 속의 화자에게 멘토링을 받고 있었다. 대기업을 장미로 표현하고 중소기업의 찔레로 표현한 이 책은 직업적 가치를 외면에 둘 것인지 내면에 둘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엿보게 한다.
*여느 책처럼 중소기업에서 개고생 하면서 성공해라!라는 사이코 같은 책은 아니니 안심하고 읽어보길 바란다. 종이책으로 이미 3만 권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이니 안 보면 손해!
추천 문장
후회는 선택이 아니라 과정에 대해 하는 것
2. 리더를 읽다 시리즈
[리더를 읽다]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리더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일과 삶을 통해 지혜를 얻는 프로젝트 인터뷰를 책으로 엮은 콘텐츠다.
개인적으로 친한 친구가 이 책을 만드는데 참여해서 그런지 더 애정이 가긴 하지만 단지 그때 문에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 리더를 읽다 시리즈는 특별 페이지로 따로 소개를 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콘텐츠이다. 억지로 늘린 분량 없이 명쾌한 질답으로 엮어진 이 책은 명사들의 지혜와 고난으로 가득 차 있다. 정말 알짜만 골라놓은 수제 맥주를 마시는 느낌이니 꼭 읽어보길 바란다.
3. 평범한 당신이 좋다.
골든 마이크는 마이크 임펙트라는 곳에서 시작한 일반인 강연 토너먼트다. 일반인들이 살아가면서 느낀 자신의 철학과 노하우를 또 다른 일반인들에게 전하며 가치를 키워나가는 형태이다. 사회적인 시선을 느껴야 하는 샐럽들의 식상한 이야기가 아닌 날 것 그대로의 스토리는 진정성으로 무장해 큰 공감과 인기를 얻었다. 이 책은 세상을 바꿔나간 작지만 당신과 다를게 없는 일반인의 강연을 편집한 책이다. 일반인이지만 토너먼트 우승자들의 강연을 구성한 것임으로 인사이트 또한 뛰어나 일독을 권한다.
평범한 당신이 오늘의 주인공이 되는 책 “평범한 당신이 좋다”
4. 내가 미래를 앞서가는 이유
이 책을 리스트에 담기 전에 조금 고민을 했다. 무료 책은 아니지만 출간 이벤트로 한정 기간 무료로 판매되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간이 짧다고 무료가 아니라고 하기에는 책 내용이 너무 좋다.
나는 IT계열의 스타트업에서 내 커리어를 시작했다. 아이폰과 페이스북 혁명은 마치 10년 안에 우주여행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이나 뉴스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 거짓말 같이 현실화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미래를 발굴했지만 결과는 생각보다 처참했다. 우리는 단지 언론 매체를 통해 어설프게 미래를 예측한 것이다. 너무 얇고 너무 넓게…. 이 책은 그런 미래의 방향성을 잘 잡아주고 있다.
‘점(點)이 아닌 선(線)으로 사고하는 방식’ 즉 ‘패턴을 찾아내는 방식’이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앞으로 모든 직업을 대체한다와 같은 무책임한 사고방식은 미래를 준비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5. 폴 오스터의 문장들 – 폴 오스터 컬렉션
『뉴욕 3부작』, 『달의 궁전』, 『선셋 파크』 등 그의 대표적인 책 15권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을 가려 뽑았다. 아홉 가지 키워드로 정리한 그 의문장들을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낱말들이 마음속 궤적이 되는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폴 오스터의 문장은 우수에 찬 달과 같다. 그의 주요 작품에 등장하는 문장들을 읽고 있자면 비 속에서 한 없이 걷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
6. 장르소설 애호가를 위한 하이스미스 안내서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캐롤"을 쓴 유명한 여류작가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캐롤의 작가로 유명하지만 장르의 팬들에게는 미스터리 서스펜스 작가로 더 유명하다. 미국에서는 그녀를 20세기 에드거 앨런 포라고 기리고 있으며 한국에는 정유정 미국에는 하이스미스가 있다는 말이나 올 정도이다. 범죄, 심리를 아우르는 장르소설 하이스미스를 읽기 전에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녀의 작품들을 어떤 시전과 어떤 순서로 읽으면 좋을지 제대로 밝혀주고 있다.
7. 샌델을 읽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한국에 혜성처럼 등장한 샌델 교수는 이제 인문학의 아이콘이 되었다. 우리는 갑자기 왜 그토록 샌델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는 자신의 책에 지성을 폭발시키지 않는다. 대신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폭발시키도록 유도하는 능력이 있다. 책에 나온 화두들은 모두 그가 제자들에게 던진 질문들이다. 정의란 무엇인지 생각해봤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도덕은 너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있는가?
샌델을 읽다는 전자책 서점 MD가 짬짬이 시간을 내 집필한 책이라고 한다. 무료 책임에도 불구하고 인사이트 넘치는 샌델 파 청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8. 나쓰메 소세키, 시작해 볼까요?
아무튼 물질적인 것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속인들은 오감을 자극하는 일 말고는 이렇다 할 활동도 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것을 평가하는데도 육체적인 것만 고려하니 성가시다. 무슨 일이든 소매를 걷어붙이고 땀이라도 내지 않으면 일하지 않는 것으로 치부한다. (257쪽,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유명한 나쓰메 소세키의 전집 14권에 대한 각각의 서평을 담은 책이다. 물론 동네 아이들이 쓴 독후감이 아니라 소세키를 사랑한 유명 문인들의 통찰이 담긴 서평으로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깊게 읽는데 도움을 준다. 사실 이거 한 권이면 "너 아직도 소세키를 안 읽어봤어?"라고 사기 칠 수준은 되는 고품질 서평이니 일독을 권한다.
9. 감정수업, 못다 한 이야기
1부 『감정수업』에 싣지 못한 강신주 선생님의 아까운 글 3편
01 호감, 사랑이라고 착각하기 쉬운 감정
02 명예욕, 사랑을 부정하는 치명적인 감정
03 복수심, 상처 받은 영혼의 마지막 절규
2부 편집자 팩토리: 『감정수업』을 둘러싼 편집자가 들려주는 책의 뒷이야기
감정수업은 끝났지만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년 전 겨울 강신주의 감정수업이라는 책으로 독서토론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 어떤 책 보다 토론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연민, 불안, 관심, 호감, 사랑 우리가 일상에서 느낌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고전문학과 함께 풀어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내 감정의 근원을 발견하는 즐거움 감정수업 그 책에서 못다 한 몇 가지 감정에 대해 작가와 출판사는 친절하게도 외전을 만들어주었다.
사실 무료인 외전을 먼저 읽는 것보다 본편인 감정수업을 마치고 읽는 것이 순서인 것 같다. 그 이유는 읽어보면 알 수 있다.
10. 감옥도 살만한 동네 안내서
파스텔톤, 할아버지, 할머니, 창문을 넘는 북유럽 선배님들의 삶을 조명하다. 감옥도 살만한 동네 안내서는 열린 책들 디지털팀 장 열린 님이 만들어준 북유럽 소설 가이드북이다. 정확히 말해서는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를 위한 책이지만 이 가이드북을 보면 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랬어요, 페르디낭 할아버지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조곤조곤한 북유럽 동네를 알면 왜 그 동네가 우리 한국인들에게 신선한 힐링으로 다가오는지 알 수 있다.
지금 까지 소개한 퀄리티 있는 전자책은 리디북스에서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 소개한 전자책을 읽고 싶다면 리디북스 서점에서 책을 무료 구매 후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된다.
서점 URL (http://ridibooks.com/) / 애플리케이션 : 리디북스
이번 무료 전자책 소개글을 작성한 이유는 전자책 경험 활성화 측면도 있지만 가치 있는 전자책들을 열심히 만들어주고 좋은 뜻에 의해 무료 배포를 결정해준 모든 편집자들과 출판인의 노고에 감사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흔히 비싼 금액을 매긴 물건이 더 값어치가 있다는 판단을 하곤 한다. 하지만 콘텐츠의 값어치를 단지 매겨진 금액으로만 측정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제작자들은 콘텐츠가 팔려 이익을 보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 이전에 본인의 콘텐츠가 누군가에겐 매겨진 정가 이상의 위로와 희망 그리고 의미가 깃들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책의 가격이 예나 지금이나 1만 원대에 머물며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이유는 바로 우리 모두가 향유해야 할 문화적 공공 제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정보를 제한적으로 편집 및 공급한다면 금융이나 부동산 못지않은 권력이 될 수 있고 그에 향응하는 대접 및 연봉을 받을 수 도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이들이 책을 읽는 독자만큼이나 순수하고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감탄할 만큼 소박해서만은 아니다. 사회와 사람의 의식을 일깨워주는 일을 한다는 강한 직업적 소명의식과 자부심이 그들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출판은 단순히 종이책, 전자책을 떠나 음악, 영화, 뉴스 등 콘텐츠를 만들어 출판하는 모든 업을 칭한다.)
다시 한번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준 분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