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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웅 Sep 19. 2017

전자책 "읽기"를 구하다

전자책 독서 그리고 3년 후

너무 한낮의 카페

네모 반듯한 원목 테이블

커피를 즐기며 책의 전원을 켭니다.

책을 펴다에서 책을 켜다로 넘어오는데 3년이 걸렸습니다.

종이책 독서에 대한 이야기와 경험은 추억이 되어 켜켜이 쌓여왔고 결국 "읽기"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유독 전자책만큼은 이상한 나라의 도깨비처럼 누가 쓰는지, 어떻게 쓰는지, 왜 쓰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습니다. 전자책은 아직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종종 읽기의 서자로 오해합니다. 새로운 읽기의 등장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우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무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기회가 오면 스며들기 마련입니다. "독서가 사람을 가리지 않듯이 읽기는 도구를 가리지 않습니다."


의미 있는 정보라는 건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누구도 말하지 않은 주제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전자책 독서가의 지난 3년간의 데이터를 통해 그동안 잘 몰랐던 전자책에 대해 안내하고자 합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데이터를 박박 긁어 노가다로 분석하고 고민해본 저를 위해서라도 읽는 분들의 시간이 흥미로워지길 바랍니다.


<전자책 독서의 시작>

2012년 당시 저는 작은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책은 좋아하지만 급여는 변변치 않았고 도서관은 새로 이사한 곳에서 너무 멀어 주기적으로 다닐만한 여력이 없었습니다. 전철을 이용한 통근 시간이 약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항상 붐비는 1호선이라 가방에서 종이책을 꺼내 읽는 건 도전정신을 필요로 했고 피로하게 독서를 하느니 주로 멍 때리기를 시전 했던 때입니다. 그 당시 리디북스라는 전자책 서점에서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를 스마트폰으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읽는 동안 전철을 얼마나 탔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녹아버리더군요. 매일 피로한 통근 시간이 기다려지는 시간으로 변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자책 한 권을 읽었다고 해서 바로 전자책 라이프를 시작한 건 아니지만 그 시작을 기점으로 전자책은 저의 생활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조금 더 극적으로 전자책으로 전환된 계기는 아마 "페이퍼"라는 리디북스의 전자책 리더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모바일을 들고 무언가를 한다는 경험이 매우 가볍게 보이는 게 싫었습니다. 모바일 = 게임이라는 공식이 될 정도로 과거 애니팡, 캔디 크러쉬, 클래시 오브 클랜이 모바일 게임의 성공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제가 즐기는 엔터테인먼트가 아닐뿐더러 딱히 선호하지도 않습니다. (포켓몬GO는 레벨 32까지 했습니다만...) 게임을 비하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내가 선호하는 취향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자책 리더기는 무형의 전자책에 아날로그의 소장성을 입혀주었고 개인의 독서 행위에 대해 특별한 이미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전자책 서점이 눈에 익고 원하는 대부분의 책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2015년 저는 종이책의 손을 살짝 놓고 전자책의 품에 안겨듭니다. 빅픽쳐라는 전자책을 처음 읽고 3년 만입니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전자책은 750권이고 종수로는 400종입니다. 종이책을 쌓으면 7층 높이의 건물, 도서관의 대형 책장 7개, 그리고 7500만 개의 활자에 달하는 분량입니다. 본격적으로 전자책을 읽기 시작한 지 불과 3년 만의 결과입니다.

 


지금 제가 소장하고 있는 종이책 100권은 5년 전에도 3년 전에도 항상 100권이었습니다.

종이책을 사지 않은 게 아니라 제가 지닐 수 있는 책장이 6칸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연감소가 진행됩니다. 몇 권은 선물하고 몇 권은 중고책으로 팔고 몇 권은 잃어버리면서 신기하게도 100권이라는 숫자는 지난 몇 년간 유지됩니다. 친애하는 지인들의 모든 생일 선물을 보유하고 있는 책으로 해결하는 나쁜? 버릇 덕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정성껏 맞춤 큐레이션 하는 편입니다;;)

종이책의 구매는 특별히 늘어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줄어들지도 않았습니다. 그에 비해 전자책은 2015년을 기점으로 구매량이 증가합니다. 데이터를 정리하다 보니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많은 정보를 얻게 됩니다.  일주일에 1.5권 한 달에 6권 1년에 72권 정도의 독서를 하는 저에게 저 숫자는 독서를 위한 구매라고 보기에는 비정상적인 수치입니다. 종이책을 1년에 20권을 겨우 사는 것에 비해 전자책 연간 구매량은 100권을 넘기고 있습니다. 읽기의 독서에서 라이브러리형 독서로 행동양식의 변화가 찾아옵니다. 전자책 이렇게 증식하게 된 몇 가지 원인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전자책의 이유 있는 증식>


1. 저렴한 가격으로 낮아진 구매의 허들 

종이책과 전자책은 가격적으로 서로 다른 노선을 취하게 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자책은 제작비가 종이책에 비해 저렴합니다. 운송비는 전혀 들지 않습니다. 재고에 따른 유통관리 부담도 들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전자책은 종이책 가격에서 약 30~40% 할인된 정가를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더 저렴해져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지만 종이책의 기획비용과 기회손실 비용을 전자책이 같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종이책은 평균 13000원~20000원 사이의 가격을 형성하고 전자책은 8000원에서 12000원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서점과 출판사의 노오력으로 결국 최종 소비자 가는 아래와 같이 형성됩니다.

최종 소비가 가격이 드디어 커피 한 잔 가격으로 내려옵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 4100원) 언제부턴가 우리 생활의 마지노선은 아메리카노 한 잔 값이 되었습니다. 말인즉슨 우리가 물건을 구매할 때 큰 고민을 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집어 드는 가격대를 뜻합니다. 종이책 일 때는 고관여 제품이었지만 전자책으로 넘어오면서 저관여 제품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커피 한 잔 값이 붕괴되었을 때부터는 목적 구매가 아닌 만족 구매로 이어지게 됩니다. 가끔 옷걸이 하나 필요해서 다이소나 이마트에 갔다가 두 손 가득히 쇼핑하고 오실 때가 종종 있지 않나요? 책도 마찬 가지입니다. 보고 싶은 책 한 권 사러 들어갔는데 여기저기서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현금으로 책을 한 권 샀더니 1:1 사용이 가능한 포인트를 환급해 줍니다. 그 포인트로 책을 사려고 보니 흥미로운 책들이 대여 할인을 하고 있어 얼른 두 권을 더 삽니다. 이렇게 구매 목록에는 한 권의 비용으로 세 권이 쌓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어떤 느낌이 들까요? 배부릅니다.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언젠가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는 게 든든하고 책 제목이 내 구매 목록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책이 뇌에 들어앉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시작된 소소한 지름은 기다란 쇼핑 목록으로 만족하다 보니 구매에 무덤덤하게 됩니다.


재밌는 사실은 책을 사는 돈은... 덜 아픕니다.

백화점에 가서 비싼 제품을 살 때 카운터에 건네는 나의 카드가 부들부들 떨린 적 있지 않나요? 사람은 보통 과시적 소비를 위한 결제 순간에 불에 데는 듯한 아픔과 칼로 찔리는 고통을 느낀다고 합니다. (어디서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책 살 때는 그런 고통이 덜 해요. 몰핀이라도 맞은 느낌이랄까요. 이상하게 기분이... 좋습니다. 옷을 사는 것만으로도 멋있어 보이는 내가 연상되고 다이어트 약을 사는 것만으로도 날씬 해지는 나를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책을 사면 뇌가? 조금 더 섹시해지는 느낌도 들긴 합니다. 아니면 인생을 좀 더 가치 있게 살고 있다는 느낌마저 주기도 합니다. 단지 느낌입니다만... (저만 그럴 수도 있습니다;;)


2. 공간의 자유를 허하다.

종이책을 더 사고 싶은데 사지 못했던 이유는 책을 둘 공간이 없어서입니다.

1인 가구가 되면서 생활공간은 점점 좁아져 가는데 책을 더 둘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의지와 상관없이 책을 처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분기에 한 번씩 중고책으로 판매하고 이사 갈 때마다 한 뭉태기씩 버리곤 합니다. 그렇게 책을 버릴 때마다 마음 아픈 분이 한두 분이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심지어 책으로 침대를 만들어 보관할까 생각도 했습니다. 책이 비싼 건 둘째치고 책 보관하자고 보증금 몇 천만 원 늘려 큰 집으로 이사 갈 수는 없지 않나요?

물건을 구매하는데 공간을 걱정해도 되지 않는다는 매력은 전자책을 증식시키는데 좋은 구실을 제공합니다. 주머니에 도서관 한채 들고 다니는 느낌은 생각보다 흐뭇하기도 합니다. 꽤 치명적인 단점이 있긴 한데요. 전자책은 얼마나 샀는지 잘 가늠이 되지 않아 구매에 대한 죄책감이나 부담감이 덜합니다. 무한대의 책장에 책을 꾸역꾸역 담아 책장의 신음소리라도 한번 들어야 정신을 차리려나 봅니다.


3. 또 하나의 뇌를 형성하다.

전자책은 기본적으로 소유할 수는 있어도 소장의 개념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손에 잡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최종 처분이 구매자가 아니라 플랫폼의 서비스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전자책은 지식의 접근 권한을 구매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인터넷 블로그나 위키피디아에서 얻으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책은 상품입니다. 상품은 신뢰가 필요합니다. 책의 신뢰는 1차적으로 작가가 담보하고 2차적으로 상품으로 가공하는 출판사가 증명합니다. 그리고 3차가 구매한 독자들이 독후 활동으로 리뷰나 별점을 남기고 평가합니다. 책은 3단계의 보증 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일반적인 블로그나 위키피디아는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도 담보하지 않는 오픈 데이터이고 조작 또한 매우 쉬운 채널입니다.


더 이상 일정한 지식은 한 권의 책으로 얻어지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수학의 정석을 수학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했다면 현재의 인식으로는 단지 수학의 일부일 뿐입니다. 잘 정제된 시대의 지식을 빠르게 섭취하는 것이 바로 전자책 핵심 기능입니다. 뇌를 단지 기억하는 하드웨어로만 여기기에는 그가 맡은 기능과 책임이 무궁무진합니다. 학습이란 곧 외워서 기록된 정보를 응용하여 경험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기억 정보는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전자책은 이슈가 생기면 실시간으로 키워드를 탐색하여 연관 부분을 습득합니다. 쉽게 말하면 내 기억밖에 두는 신뢰의 기억저장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보통 칼럼 하나를 쓰는데 참고하는 책은 평균 3~5권입니다. 빠르게 여러 권을 돌파하고 그들로부터 하나의 결과를 도출하는데 전자책이 시간을 단축시켜 줍니다. 종이책은 보통 저에게 80% 이상 유익하다는 판단이 들어야 구매를 한다면 전자책은 제게 단 하나의 챕터(30%)라도 도움이 된다면 구매를 하곤 합니다. 가격 부담이 적고 또 나머지 챕터들은 추후에 또 볼일이 있을 때 사용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전자책이 증식하는 이유는 바로 지식의 증식 즉 인체에 무해하고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잔뜩 쌓아둔다는 느낌을 줍니다. 먹어서 탈 나지 않고 유용하게 쓸 수 있다는 기대는 우리가 우리의 구매를 스스로 용서하게 합니다.


<데이터로 본 어느 전자책 독자의 성향>


1. 연도별 전자책과 종이책 구입 현황

연도별 전자책 구입량은 2015년을 기점으로 늘어납니다. 몇 가지 요인을 보자면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1. 2015년 익숙해진 전자책 읽기

2. 2016년 전자책 리더기의 구입

3. 2015년, 2016년 연봉 상승으로 문화비용 증가

4. 2016년 2017년 목적 구매를 넘어 만족 구매

 


제가 가지고 있는 전자책은 400종입니다. 세트 구성을 포함하면 750권이 됩니다.

연도별 전자책 보유량을 보면 2015년부터 증가합니다. 보고 싶은 베스트셀러를 사고 그때그때 필요한 책들을 구매하는 정상? 적인 패턴입니다. 2016년부터의 구매는 읽을 책이 아니라 읽고 싶은 책을 다량으로 구매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전자책이 꽤 익숙해졌고 구매에 대한 죄책감도 많이 완화되었습니다. 사실 이때부터 책의 구매는 문화생활에 대한 정당한 소비이고 책의 한 귀퉁이라도 읽으면 남는 장사라는 터무니없는 자기 이해 감이 안착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재밌는 사실은 전자책 구매량이 늘었다고 해서 딱히 종이책 구매가 감소하지 않았습니다. 전자책으로 다양한 책들을 접하다 보면 결국 종이책에 대한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도 있지만 전자책이 종이책의 모든 면을 커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손에 잡히는 따듯한 종이가 주는 정신적으로 안정감과 만족감은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2. 전자책 / 종이책 구매 분석

지난 5년간 전자책 구입비를 분석해보았습니다. 340만 원 결제하며 30만 원의 포인트를 지급받고 40만 원의 포인트는 도서 구매 이벤트를 통해 얻습니다. 서점의 포인트는 책을 구입하는데 1:1 사용이 가능하므로 총 구매 비용은 410만 원이 됩니다. 여기서 출판사의 이벤트 할인과 서점사의 추가적인 쿠폰 할인을 통해 정가 518만 원에 해당하는 320종의 전자책을 구매하게 됩니다. (나머지 80권은 무료책)

보통 전자책 구입 금액의 일부가 출판사에 정산이 된다고 가정하면 총 60개의 출판사가 4만 원의 수익을 올리게 됩니다. 개인의 데이터로 측정하였기 때문에 매우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저 같은 고객이 1천 명이 있다고 가정할 경우 각 출판사에 4천만 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전자책을 구매하므로 기존 종이책의 기여도 대비 2배 이상이 상승했고 종이책 구매 또한 크게 줄지 않았기 때문에 전자책의 활성화 자체는 출판 시장 활성화에 중요한 활력소가 될 거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본 데이터는 출판사와 서점의 이벤트 상세 조건에 따라 데이터가 변동될 소지가 다소 높습니다. 쉬운 이해를 위해 간단한 변수에 대해서는 대부분 생략했으므로 이점 참고 바랍니다.)


3. 전자책 구매 형태

1) 늘어나는 세트 도서

세트 도서는 하나의 지식이나 주제에 대해 심도 있게 구성된 지식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누구도 1권 이상 제대로 완독을 한 사람이 없습니다. 때문에 종이책 세트는 집을 꾸미는 인테리어 혹은 소장하고 있다는 만족감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책을 쓴 사람이나 구성한 출판사나 읽은 독자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세트 도서의 단점은 곧 전자책의 가장 큰 장점으로서 활약합니다. 무거운 세트 도서를 종이 한 장 무게로 지니고 다닐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이어 보기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데이터를 보면 구매 도서 320종 750권에서 단행본 280권을 제외한 470권이 바로 40종의 세트 구성 도서입니다. 전자책 세트는 가격 할인율이 높을뿐더러 구매하면 언제든 편리하게 읽을 수 있고 전자책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 구매욕을 부추기곤 합니다. 결국 집에 있는 세트도 읽기를 위해서는 전자책 세트를 중복 구매하게 됩니다.


2) 전자책 대여

20년 전만 해도 대여점은 우리들의 소중한 문화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의 한계와 독서 인구 감소로 대부분의 책 대여점은 사라졌습니다. 사라지게 된 가장 큰 이슈는 물리적 공간으로 인한 간접비 상승입니다. 종이책과 다르게 전자책은 물리적 환경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대여 제도가 빠르게 정착하게 됩니다.

대여는 가격 할인 폭이 크기 때문에 충동구매를 일으키곤 합니다. 대여가 적용된 도서는 조금만 관심 있어도 구매하게 되는 반면에 일반 판매도서는 그만큼 깐깐한 리뷰를 통해 구매하게 됩니다. 때문에  서점에서는 다양한 대여 이벤트가 항시 진행되고 있고 한 번이라도 서점에 접속하게 되면 대여 도서 몇 권은 사서 나오게 됩니다. 전자책은 이미 구매만으로도 내가 그 책을 섭렵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가족이나 함께 사는 연인 들은 평소에 이마트에 자주 갑니다.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많은 물건들을 삽니다. 바로 번들 효과인데요. 당장은 필요 없지만 미래 기대 이익을 고려하면 싸게 산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감정은 뇌가 구매를 하는 데 있어 아픔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항상 합리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전자책 서점 대여 이벤트는 평균적으로 10년대여 50% 할인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10000원 정가의 전자책을 5000원에 대여하면 앞으로 10년간 읽을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며 해당 기간은 네트워크상에 자동으로 측정됩니다. 어차피 종이책을 사도 10년을 가지고 있기 힘든데 전자책 10년이면 낡을 일도 없고 10년 안에 한 번은 읽겠지 하며 구매하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는 30권밖에 없던 대여도서가 100여 권으로 늘어난 것 보니 대여 이벤트가 많이 활발해졌고 그에 대한 독자의 부담감도 감소된 것 같습니다.

 

 

3) 전자책 선물하기

카카오톡의 선물하기 기능은 누구나 한 번쯤 사용해본 서비스입니다. 친한 사람에게 마음은 전하고 싶은데 물리적으로 만나기 어려워 선물하기 기능으로 소소하게 마음을 전하곤 합니다. 카카오의 선물하기는 매우 중요한 매출 포인트중 한 곳입니다. 저에게는 전자책도 동일합니다. 종이책을 구매해서 주자니 만날 수가 없고 배송해서 주자니 책의 취향이 맞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전자책 선물하기는 매우 심플합니다. 쿠폰을 담은 링크는 문자나 이메일로 전달하면 5분 안에 받은 사람이 책을 다운로드하여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런 연유로 전자책 선물 하기 기능을 자주 사용하는 편인데요. 보낸 선물이 80권이나 될 줄은 몰랐습니다;; (참고로 상대방이 일정 기간 내에 수신하지 않으면 선물한 전자책은 구매가 취소되고 금액이 환불됩니다.) 책 읽는 사람의 특징은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4) 분야별 전자책 구입

분야별 독서 성향은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른데 저 같은 경우 문학과 비문학이 4:6 정도의 비율입니다. 실용서나 학습서의 구매가 별로 없는 이유는 보통 큰 판형의 책이 많고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전자책에 잘 맞지 않고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 전자책으로 출간이 많이 되지 않습니다. 글로 소비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일반 도서들의 구매가 빈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책의 선택은 모두 개인의 취향에 달려 있기 때문에 전자책 독자가 조금 더 즐기는 장르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종이책 베스트셀러와 전자책 베스트셀러가 유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단, 전자책이라 더 인기 있을 수 있는 상품은 보통은 한번 읽고 다시 잘 읽지 않는 소설류와 여행서 그리고 무거운 세트나 두꺼운 인문서 등이 전자책의 편의성을 주목해 구매하는 경우가 높습니다.




4. 그래서 독서량은 증가하였는가?

많이 구매한 만큼 독서량이 분명 늘어났습니다. 종이책 구매만 있었을 때는 한 달에 2권 정도 읽었지만 전자책 구매로 전향하고 1주일에 1.5권을 읽습니다. 책 읽기가 편해진 이유도 있지만 현실에서 너무 많이 구매하다 보니 구매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인해 독서에 더 박차를 가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구매량에 따라 독서량이 늘어나는 건 기정사실입니다. 하나의 데이터로만 보자면 큰 폭으로 독서량이 증가해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아래의 완독률 데이터를 보면 조금 다른 견해를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책을 읽기 시작하지만 결코 그 책들을 끝까지 읽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구매한 320권 중 약 90권은 읽다만 책이고 구매는 했지만 그 책을 한 번도 켜보지 못한 책은 무려 130권이나 됩니다. 아래 표를 보면 결국 세 권의 책을 구매하면 이중에 한권만 완독을 겨우 합니다. 전형적인 전자책의 특성 때문인데요. 전자책을 보통 자투리 시간에 읽다 보니 흐름이 자주 끈기 게 됩니다. 독서의 흐름이 꺾이고 다시 회사나 생활로 돌아와 여러 자극을 받다 보면 읽기의 기분과 목적이 달라지고 결국 그에 타당한 새로운 책을 고르게 됩니다. 가격과 접근성 그리고 편리함을 이유로 더 많이 구매하고 더 많은 책을 읽기 시작하지만 완독률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읽기에 상관없이 구매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입니다.


5. 전자책 어디서 얼마큼 읽나?

시간을 두고 편하게 장시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 종이책을 보는 편이지만 전자책은 그 외의 모든 시간에 봅니다. 대표적으로 출퇴근, 업체 미팅 전, 이동 시간, 잠자기 전에 활용하는 편인데요. 이 시간들을 모두 담아보면 휴일에 시간 내어 책 읽는 시간 못지않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자투리 시간을 사용하게 되면 어떤 명확한 의식을 가지고 책을 읽었다는 만족감을 동반합니다. 제 기준으로 보면 하루 책 읽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입니다.  물론 항상 이렇게 집중해서 읽지는 못하고 최소 1시간에서 최대 2시간 내로 독서에 집중하곤 합니다. 우리가 보통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집중할 수 있는 완벽한 시간에서 종이책을 읽는다면 전자책은 5분 이상 생길 수 있는 모든 자투리 시간에서 읽기를 시작합니다. 위에서 얘기한 것과 같이 자투리 독서를 통해 다독할 수는 있지만 완독률을 떨어트려 완전 독서보다는 멀티 독서 성향으로 변하게 됩니다.



전자책을 읽으면서 생긴 독서 버릇

지금까지 데이터로 본 전자책 독서를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매가 가능하므로 관심 있는 도서를 손쉽게 구매함

2. 완독 하기를 포기하고 필요한 부분만 시기적절하게 취득함

3.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보는 멀티 독서 혹은 크로스 독서를 하게 됨

4. 전체적인 독서량은 증가하나 읽지 않은 책과 중도포기 또한 높게 나타남

5. 조금만 시간이 남으면 사둔 책 중에 가장 흥미로운 책을 시작함


결론 : 책은요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산책 중에 읽는 거예요. (빙고)




<종이책 값은 비싼가?>

종이책 다섯 권 사면 이케아에서 멋진 디자인의 책상을 살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현상을 종이책의 가구화라고 부릅니다. 종이책은 점점 더 고급스러워지고 무거워지고 예뻐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집에 책을 들여놓음으로 어떤 분위기 혹은 취향을 얻고자 합니다. 기본 수요가 줄어들면서 프리미엄 시장을 점차 형성하고 있는 현상인데요. 이는 곧 원가와 함께 상품 판매 가격의 상승을 뜻합니다. 요즘 사람들이 책을 참 안 읽는다고 하는데요. 책 좀 읽는 사람들의 한 달 평균 독서량이 약 다섯 권입니다. (15000원 X 5 권= 75,000원) 이분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가구를 사들이는 것과 같습니다. 한 달에 책상 하나씩 쉽게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은가요?


종이책 한 권 살 때 가격보고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은 과연 15000원의 가치를 부여해줄 것인가 내 시간을 흥미롭게 해줄 것인가 실패했을 때 건질 수 있는 기회비용은 얼마인가 가격에 합당한 신뢰성을 가지고 있는가 돈이 아깝지 않은 보증된 작가의 글인가? 이런 쓸데없는 고민들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책 가격이 만약 4000원이면 우선 구매 버튼 누르고 읽으면서 고민합니다. 그런데 종이책을 4000원에 팔 수가 없습니다. 인터넷서점 무료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단가이고 가장 중요한 독자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책 값은 계속 높아지고 구매 실패 비용에 대한 부담도 덩달아 높아집니다. 이런 현상은 이름 있는 작가  혹은 베스트셀러의 판매 집중화를 부추깁니다. 결국 책의 다양성은 줄어들고 출판사의 양극화는 심해질 것이며 출판산업 전체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진행됩니다.


단지 상품으로써 "책"만 보자면 종이책은 비싼 편이지만 출판의 여러 제반 비용을 생각하면 책 값은 감히 비싸다고 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책을 단지 종이와 잉크값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볍게 치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은 뛰어난 지식 노동자들이 밤낮으로 글자와 씨름하여 만들어낸 고된 노동의 흔적들입니다.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 제작자, 감수자 등등) 한 편의 영화가 끝나면 앤딩 크래딧에 수백 명의 제작 참여자들의 이름이 올라옵니다. 어렸을 때는 보통 영화관을 빠져나가기 바빴지만 요즘은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눈여겨보곤 합니다. 좋고 싫고를 떠나서 2시간짜리 영화 한 편을 만드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구나 생각하면 경이감을 느끼곤 합니다. 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책의 가장 뒷 면을 펴보면 작가와 발행인을 시작으로 수십 명의 사람들과 세 곳 이상의 회사가 이 책을 펴내는데 참여합니다. 책은 결코 비싸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의 가격은 여전히 우리에게 무거운 이유는 바로 생활소득이 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책이 비싸서 사지 못했다가 아니라 우리가 책을 살만큼 여유롭지 못했다가 맞는 답입니다."


"독서량이 늘어난 것은 전자책 때문이지만

구매량이 늘어난 것은 단지 전자책 때문만은 아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책 구매량 증가 표를 보면 2015년과 2016년에 책의 구매량이 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지 전자책이 익숙해졌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저의 연봉은 고정되며 문화생활의 종말 기를 거칩니다. 입에 풀칠이나 겨우 할 정도의 급여는 삶의 모든 부분을 팍팍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당시 책은 사치였고 귀중품이었으며 구매를 한번 이상 망설이게 하는 물건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연봉협상과 이직 등을 하면서 2015년과 2016년 각각 25% / 20%의 연봉 상승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각 해마다 월평균 40만 원의 여유자금이 주어집니다. 물론 이중의 일부는 적금으로 일부는 빚을 갚는 데 사용하지만 보통 늘어난 여유자금은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줄 그 무엇에 투자 하기 마련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건담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피트니스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여행 혹은 책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기준 한 달간 문화생활(콘텐츠)을 위해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돈은 약 10~15만 원입니다. (비정기적인 공연 관람, 여행, 음주가무, 미용, 패션은 제외입니다.) 연봉 인상 전에 저의 문화생활 비용은 약 3만 원이었습니다. 전자에는 한 달에 10만 원 정도 책을 사는 데 사용하고 있다면 후자에는 한 달에 책 한 권을 겨우 구매했습니다. 책 읽는 사람이 줄어드는 이유는 다들 게임하고 음악 듣고 여행을 가서가 아니가 상대적 문화 빈곤층이 늘어나고 있어서입니다. 문화 빈곤층의 특성은 현실을 직시하는 콘텐츠보다는 현실을 기피할 수 있는 콘텐츠에 몰입하는 것입니다. 실질소득이 늘어나 삶의 여유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독서인구는 늘어납니다. 소득은 소비를 일으키고 소비는 취미를 만들어내는데 취미의 학습은 자연스럽게 책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전자책 "읽기"를 구하다

항상 이동하는 모바일 사회에서 바쁘고 정신없고 귀찮다는 이유로 조금은 책을 멀리 했습니다. 종이책은 삶을 느리게 해주는 효과가 있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 큰 용기와 결심을 해야만 느린 삶에 동참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인들은 과한 부담을 싫어합니다. 상품과 정보와 물질이 넘치는 시대에 현명하게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살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랑하는 무언가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부담하는 책임감도 중요하지만 먼저 사랑을 시작할 수 있도록 틈을 열어주고 작은 손짓을 해줘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전자책이 바로 그런 간극을 메워 주는 역할을 합니다. 붐비는 지하철에서 책을 꺼내 펼치기 어렵다면 모바일로 한 번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벌써 10킬로가 넘는 여행 배낭 안에 어떤 책을 넣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전자책 하나로 500권을 들도 다니기도 합니다. 약속 시간에 너무 일찍 도착했거나 혹은 상대가 너무 늦게 도착했을 때 책을 하나 켜놓으면 그만입니다. 전자책은 그만의 방법으로 읽기의 "부담"을 줄여줍니다.


읽기의 간극을 메워가다 보면 종이책 전자책 가릴 것 없이 우린 더욱 풍족한 읽기의 취향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모바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서비스가 없었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했을 까요 페이스북? 리니지? 유튜브? 멜론?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핑계로 우린 계속 읽기에서 멀어지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전자책은 무언가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읽는 생활 습관 중 하나로서 우리 삶의 한 부분에 놓일 뿐입니다.

독자분들도 자신에게 적합한

"읽기"를 찾길 바랍니다.

"읽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읽기"는 시대의 격려와 위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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