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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웅 Jan 08. 202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자책 리디페이퍼

독서 취향에 날개를 달다.


언제부터인가 책은 우리에게 고급스러운 취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무료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책은 우리에게 폭넓은 사유와 지혜를 전달해주는 고급 콘텐츠인데 이를 소비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해졌다. 바로 책을 읽을 시간과 책을 볼 공간이다.


대표적인 취향 살롱으로 자리 잡은 트레바리와 크리에이터 클럽은 모두 초기에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모이게 했다. 책 읽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제법 세련된 지식인으로서 신뢰감을 주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이 두려움을 풀고 속속히 이들 모임에 참석하였다. 이 모임들은 독서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독서와 토론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며 참여자의 취향을 만들어 주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크리에이터 클럽은 2,000명 이상의 회원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고 트레바리는 344개의 클럽에 5,600명의 회원을 운영하며 대표적인 살롱 비즈니스로 성장하고 있다.

책이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는데 섹시한 매체가 되어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읽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하지 않는 소수의 취미일수록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는데 좋은 조건을 갖추게 된다. 이미 충분히 많은 독자를 잃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출판시장의 사이즈가 크게 줄지 않은 슬픈 이유이기도 하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나는 독서를 하나의 소중한 취향이라고 생각한다. 이 취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처음에 언급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데 점점 좁아지는 생활공간과 조각나버린 시간 때문에 책과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8년 전 나의 독서생활에 “전자책”을 포함시켰다.

6평 남짓한 원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에게는 책을 둘 공간은 사치였다. 300권이 넘어가면서 집이 책으로 어질러지는 경우가 일수였다. 크리스마스에는 책으로 트리를 만들기도 했는데 이러다 가구가 필요하면 종이책으로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물론 그것도 공간이 넉넉한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사치일 뿐 나는 내가 잠잘 곳을 위협할 정도로 책이 쌓이게 되면 한 번씩 중고서점에 방문하여 되팔았다. 20만 원어치 책들을 중고로 팔면 2~3만 원 정도의 수익이 생기는데 그날은 돈가스 정식을 사 먹고 시장에서 제철 과일 한 바구니를 사 오곤 했다. 마음의 양식을 팔아 육체의 양식을 얻는 아이러니한 삶의 루틴이었다.

8년 전 나의 자취방

종이책을 계속 되팔다 보니 손해 보는 듯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종이책을 모아두자니 언제든 무너져 나를 덮칠 것만 같았다. (실제 3번의 책트리는 어느 날 무너져내려 나의 발등을 찍었다.) 그러던 와중에 전자책 서점을 알게 되었다. 200권이 넘는 세계문학을 스마트폰으로 읽을 수 있었고 맨부커상을 받아 갑자기 인기를 얻은 채식주의자가 품절이었을 때 나는 전자책으로 바로 다운로드 받아 읽을 수 있었다. 이후로는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전자책을 구매하며 책을 관리하였고 점차 공간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은 1,700권의 책들이 하나의 리더기에 담겨 디지털도서관이 되었다.


<책장을 조금 비우고>

전자책은 나의 공간뿐만 아니라 조각난 나의 시간들도 채워주었다. 누군가 내게 언제가 여유시간이냐고 묻는다면 좀처럼 답하기가 어려웠다. 너무나 바쁘게 살다 보니 우리의 여유시간들은 출퇴근 시간의 만원 전철과 체하지 않을 정도로 얼른 밥을 먹고 남은 점심시간 그리고 모든 일과를 마치고 잠들기 한 시간 전으로 조각나있기 때문이다. 이런 자투리 시간에 정식적으로 종이책을 펴고 독서를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전자책 독서는 이런 자투리 시간을 몽땅 활용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는 외투 주머니에 속 들어가 있는 리더기를 꺼내 읽을 수 있고 밤에는 형광등 없이도 리더기의 조명을 밝혀 독서를 하다 잠들 수도 있다.


전자책은 이처럼 시공간의 제약을 해소해주는 아주 고마운 콘텐츠다.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면 스마트폰으로 읽는 전자책 독서는 아름답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 전자책 독서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누군가는 책의 내용이 중요하지 무엇으로 읽는 게 뭐가 중요하냐고 물을 수 있지만 단지 내 취향에 대한 이야기일 뿐 논쟁에 의미가 없다.


못나게 찍으려고 했는데 아이폰 아웃포커싱 때문에 실패...


취향은 하나의 양식이고 양식에는 품격이 필요하다.

나에게 필요한 건 책 읽는 취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그릇이다. 누군가는 고든 램지의 스테이크가 다이소에서 산 1,000원짜리 플라스틱 그릇에 담겨도 미슐랭의 맛을 선사할 거라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그의 요리가 포트메리온이나 로얄코펜하겐에 담겨 나온다면 어떨까? 그래도 고든 램지의 요리가 어디에 담겨 나와도 상관없다고 할 수 있을까? 음식의 퀄리티는 단지 음식의 맛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음식을 조리한 조리사 그 조리사가 일하는 레스토랑의 품격 그리고 그 레스토랑이 사용하고 있는 그릇 등 다양한 요건들이 하나의 음식을 정의하기 마련이다.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양식이라는 건 배부른 문명국가의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혜택이지 않은가?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내려두고 독서 취향을 보여줄 좋은 그릇을 탐색하였다. 좋은 그릇이란 휴대가 편리하면서 불필요한 기능으로 독서를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독서 전용 리더기를 뜻한다. 그래서 내가 결정한 최종 선택은 전자책 독서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리디페이퍼다.

리디페이퍼

리디는 전자책 전문 기업으로 리더기의 디자인과 개발을 직접 하고 있다 보니 좋은 서비스와 안정적인 AS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내게 중요한 건 나의 독서생활을 얼마나 편리하게 해주고 또 얼마나 멋지게 보여줄 것이냐의 문제인데 이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건 리디페이퍼뿐이었다.


아름다운 독서에는 편리한 기능이 필요하다.

리디페이퍼의 기능 중에 가장 칭찬하고 싶은 기능은 바로 안정적인 독서 노트 기능이다. 기본적으로 형광펜, 메모, 책갈피를 지원하는데 이 중에 백미는 형광펜 기능이다. 버벅임 없는 매끄러움 줄 긋기가 가능하고 심지어 다음 장의 문장을 이어 줄을 그을 수 있다. (사실 난 종이책에 쉽게 밑줄을 긋거나 낙서하지 못하는 병이 있다. 물론 전자책에는 마구마구 해버린다.)


나는 보통 차가운 이미지보다 따듯한 공간을 응시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에서도 천장에 달려있는 형광등보다 따로 구매한 주황색 LED 스탠드를 더 애용하는 편이다. 페이퍼는 프론트라이트 기능이 있어 어두운 곳에서도 스스로 빛을 밝혀 읽을 수 있는데 미색의 라이트 말고도 따듯한 색온도를 사용할 수 있다. 잠들기 한 시간 전에 보기 딱 좋은 색상이다.

이번 리디페이퍼는 기존 모델에는 없었던 블루투스 기능이 구현되었다. 블루투스가 구현되었다는 말은 에어 팟을 통해 책을 들 수 있고 리모컨을 통해 페이지를 넘길 수 있게 되는 걸 뜻한다. 기기를 터치하지 않고 제어할 수 있는 기쁨은 무선 이어폰을 쓰는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이런 가능들을 무겁게 담았지만 기기는 한결 더 가벼워졌다. 나는 기존에 아는 화면이 더 큰 페이퍼 프로를 써왔는데 이 둘의 무게는 각각 173g, 250g이다. 3세대 리디페이퍼는 이번에 나온 아이폰 11 (194g)과 갤럭시 10 (198g) 보다 가볍다. 솔직히 말하자면 카페나 지하철 또는 여행을 가서 유목민 독서를 하는 나의 독서 취향에 따르면 페이퍼 프로는 휴대성이 좋지 않았다. 심지어 잠자기 전에 침대에서 들고 읽다가 얼굴에 종종 떨어트렸는데 너무 아파 코에 코피가 나지 않았는지 손가락을 넣어보곤 했다. (,.)


아름다운 독서에 아름다운 리더기가 필요하다.

오직 전자책 독서에만 집중한 리디페이퍼의 디자인은 극도로 심플하다. 한쪽에 책을 넘길 수 있는 기능인 물리 버튼을 포함하면서도 완벽한 균형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화면의 정중앙에서부터 모서리까지 손으로 쓸어보아도 뭐 하나 걸리는 것 없이 보듬어진다. 훌륭한 마감이다. 마치 새하얀 A4용지를 한 장 받았는데 버튼을 누르면 내가 원하는 글들이 스르륵 떠오르는 마법상자의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심플함과 절제된 밸런스를 가지고 있는 디지털 화면에 실시간으로 인쇄되는 글자들의 향연이 바로 이 기기의 아름다움이라고 볼 수 있다. 페이퍼를 들고 독서하는 나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스마트폰을 치켜들고 빠알간 눈으로 잔뜩 쳐다보는 것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전달한다. 우리의 아름다운 독서를 완성시키는 데 있어 페이퍼는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 된다.


리디페이퍼는 만능 상자가 아니다.

읽기라는 단 하나의 본질에만 집중한다.

본질에 집중한 디바이스는 섹시하다.


전자책 리더기는 오직 전자책을 보는 데에만 사용할 수 있고 다른 태블릿처럼 웹서핑을 한다거나 동영상, 음악을 감상하기는 어렵다. 겸사겸사 영상도 보고 웹서핑도 하면서 전자책을 읽고 싶다면 아이패드를 사거나 기존의 스마트폰을 계속 쓰는 게 낫다. 내가 아이패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책 읽기는 리디 페이퍼로 하는 이유는 독서가 나에게 중요한 취향이기 때문이다. 쉼 없이 울리는 메시지와 온갖 애플리케이션이 보내는 각종 할인 쿠폰 알림을 단절시키고 온전히 책 읽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페이퍼는  나의 소중한 독서 도구다. 나는 이 작은 기기에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담고 일의 기쁨과 슬픔을 담고 팩트풀니스를 담고 이기적인 유전자를 담고 코스모스를 담아 읽고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책들을 담아 언제든지 편리하게 볼 수 있는 그릇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자책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제 사실대로 말해야겠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나는 리디북스에서 일하고 있다. (페이퍼와는 관련이 없는 팀이다.)

이번에 나온 3세대 리디페이퍼를 비롯해 리디는 총 3대의 페이퍼를 출시하였고 나는 그때마다 직접 구매하여 리더기를 사용하고 있다. 직원으로서의 의리가 아니라 전자책 독서라는 취향을 오랫동안 간직해온 까탈스러운 고객으로서 말이다. 리디의 고집스러운 사람들이 새로운 페이퍼를 출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고가 있었는지 나는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더 예쁘고 더 편리하고 더 완벽한 독서 기계를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리디페이퍼는 과히 상품(上品)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번 전자책 취향에 관한 글은 일하는 사람이라서 쓰는 글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봐주면 좋을 것 같다.



부록 : 리디페이퍼의 완성은 헤비츠다.
마지막으로 이 말은 꼭 드리고 싶다. 페이퍼의 헤비츠 가죽 케이스는 화룡점정이다. 나는 지금까지 1세대, 2세대, 3세대 페이퍼를 모두 쓰면서 단 한 번도 헤비츠 가죽 케이스를 사지 않은 적이 없다.





<공간을 독서로 수놓는 리디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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