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etro Princessa, Philippines
출장을 앞두고 2주일 전 필리핀에서 강도 5.0이 넘는 강진이 발생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지구는 환태평양 조산대를 중심으로 꿈틀대고 있었다. 무서웠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에서 지진이나 화산이 폭발했을 때의 대처법을 찬찬히 읽고 나서 출장길에 올랐다. 두려움 가득한 여행자와 달리 도시는 시끌벅적했다. 그 번잡함이 ‘이 정도 재해는 수없이 겪어 봤어, 별 일 아니야’라는 말처럼 들렸다. 체감 온도가 너무도 달랐다. 그렇게 필리핀에서 일주일을 머물렀다.
여행이란 무엇일까 생각했다. 여가나 취미생활로 분류되니 아마도 먹고사는 다음 단계의 일일 것이다.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깨달았다. 여행이란 먹고사는 사이의 일이라는 것을. 지진으로 많은 이들이 생명을 잃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살아있을 때 가능한 많이 웃는 것. 재래시장에서 만난 아이들처럼 어른들은 맑게 웃지 못한다. 그래서 더더욱 어른들에게는 여행이 필요하다. 먹고사는 사이사이 웃으며 살기 위해 우리는 여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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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etro Princessa, Philippines,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