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 공동체와 함께한 1년, 그리고 건강한 동행에 대하여
작년 한 해 동안 삼다 공동체와 함께 글을 썼다. 처음 3개월은 나를 오픈하고, 내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것이 왜 그리도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솔직함이라는 것이 이토록 무거운 짐이었나 싶을 정도로, 내 안의 진짜 목소리를 꺼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꽃총총 원장님이 있었다. 무한 오픈, 끝없는 용납, 기다림. 그 누구도 주인이 아닌, 모두가 함께 걸어가는 그 모임의 분위기가 나를 조금씩 녹였다. 한 해 꼬박 책을 읽고, 쓰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모임을 갖고, 서로의 글을 격려했던 시간들이 쌓이며 끈끈하고 특별한 공동체성이 만들어졌다.
한 해를 보내고 졸업문집을 만들기로 결정되었을 때, 그 누구도 급히 갈 마음이 없었다. 모두가 오롯이 함께 가고자 했고, 원장님의 퇴고와 격려에 힘입어 2년 차를 열어가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곳, 그 안전함과 따스한 위로 안에서 울고, 글과 삶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하며 걸어가는 사람들이 곁에 친구로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지 모른다.
살아가면서 그렇지 않은 공동체와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봐왔다. 자신의 상처와 불안으로 인해 남을 흠집 내기 바쁜 사람들,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 공동체의 사람들을 이간질하는 사람들,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가스라이팅이라는 이름으로 조련하는 못된 것들. 사람이 모인 모든 조직에 그런 악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늘 기억해야 할 것은 나 또한 내가 소유하고 얻고 싶은 무언가로 인해 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늘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정모는 서울역에 있는 성 분도 은혜의 뜰에서 가졌다. 1950년대에 지어진 수녀원에서 가난한 자들을 위한 의료봉사가 행해졌고, 이제는 모임을 지원하는 장소이자 서울역 여성 노숙자들을 보호하고 씻도록 도우며 섬기는 일을 하는 수녀님들이 계신 곳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모였다.
엄마 손을 잡고 따라온 두 아이가 우리에게 큰 웃음과 위로를 주었다. 있는 생각 그대로 나누며 깔깔깔 웃는 우리들의 대화 안에서, 정도를 걷기보다 서로의 길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모임이었다. 내 아이들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런 건강한 만남을 누리고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하게 된 밤이었다.
무엇이 사람답게 사는 길일까. 우리는 어떤 사람들과 동행해야 할까. 어떻게 나에게 거저 주어진 것을 통해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까. 성 분도 은혜의 뜰에서 수녀님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삼다 공동체 사람들과 함께 웃고 나누며, 나는 그런 것들을 생각했다.
저녁에 남편이 설거지를 하면서 오늘 회사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월세집의 독거노인이 건강 문제로 거동이 불가능해져 혼자 신변 처리 자체가 불가능해졌다고 한다. 집주인 부부는 암에 걸려 세입자를 내보내야 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통장님이 자진해 친구를 데리고 가 온 집에 묻은 변을 정리하고 보호시설로 독거노인을 보내주었다는 이야기였다.
세상의 약한 자를 돕기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세상을 살아가며 우리가 선한 일을 해야 하는 동기와 당위성은 충분하지 않을까. 성 분도 은혜의 뜰의 수녀님들, 독거노인의 집을 치워준 통장님과 그 친구, 삼다 공동체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용납하며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 이들이 곁에 존재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선하게 살아갈 이유를 찾는다.
곁에 존재하는 이들의 중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은 나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게 하고, 나의 약함을 받아주며, 함께 울고 웃을 수 있게 한다. 그들은 내가 악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하게 하고, 누군가를 섬기는 삶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들은 나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준다.
삼다 공동체와 함께한 1년,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시간들. 성 분도 은혜의 뜰에서 만난 따스한 공간과 수녀님들의 헌신. 남편이 전해준 통장님의 선한 손길. 이 모든 것이 내게 말해준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며, 곁에 있는 이들과 함께 걸어갈 때 비로소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내 아이들도,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런 건강한 동행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서로를 흠집 내지 않고, 이간질하지 않고, 조련하지 않는 관계. 오롯이 함께 가며, 서로의 길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관계. 그런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