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관계의 비밀인가

by 웰다잉말그릇

어릴 적 나는 관찰자였다. 두 팔과 다리에 힘없이 누워있던 오빠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도, 어른들의 시선이 느껴지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마치 내가 오빠를 '구경'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일곱 살 나이에 여덟 살 오빠를 천국에 보냈다. 어두운 표정의 아빠, 오열하다 쓰러진 엄마, 그리고 어른들로 가득 찬 장례식. 그 모든 장면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런데 나의 관찰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학교에서, 동네에서, 그리고 나중에는 교육 현장과 상담실에서. 나는 계속해서 사람들을 관찰했다. 그들이 어떻게 서로를 대하는지, 어떤 말을 건네는지, 어떤 표정으로 관계를 이어가는지.

그렇게 오랜 시간 관찰하며 하나의 진실과 마주했다.

**사람들은 정작 '사람'을 보지 않는다.**

관계 속에서 우리는 종종 상대방이라는 존재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신념, 우리가 원하는 모습, 우리가 기대하는 역할만을 본다. 교사는 학생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부모는 자녀를 '키워야 할 존재'로, 상담사조차 내담자를 '고쳐야 할 문제'로 바라볼 때가 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는 사라지고, 오직 우리의 신념만 남는다.

더 놀라운 건, 그 과정에서 우리 자신도 함께 사라진다는 것이다. 나를 돌보지 않으면서 남을 돌본다고 착각한다.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무엇이 필요한지 들여다보지 않으면서 관계를 이어간다. 그렇게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관계를 맺고, 신념만 남은 대화를 나누고, 자기 돌봄 없이 서서히 지쳐간다.

나는 그것들을 관찰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리고 그 관찰 속에서 하나의 깨달음에 도달했다.

"관계의 비밀은 결국 '존재'에 있다는 것"

상대를 한 사람으로 온전히 보는 것. 나 자신을 돌보며 관계 안에 머무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이 책은 그 깨달음을 나누기 위해 쓰였다. 관계 속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자기 돌봄 없이 타인을 돌보느라 지친 이들에게, 그리고 진짜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관계의 비밀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우리 안에, 그리고 우리 사이에 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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