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그늘에 가려진 그림자 가치를 찾아서...

by 흰 점

가치가게 오픈을 준비 중이다. 자본 이외의 가치가 존중되는 곳. 비생산적이라 치부되던 일들이 주목받는 곳.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소소한 삶의 노하우가 거래되고 순환되는 곳. 돈 걱정하지 않고 잠시 들러 쉬었다 갈 수 있는 곳. 음악도 듣고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고. 책을 볼 수도 있고 무엇을 만들 수도 있는 곳. 가끔 전시도 있고 공연도 있는 곳. 그런 곳... 그야말로 '쉼'이 있는 공간을 준비 중이다.


전혀 힙하지 않은 동네. 문화적 콘텐츠를 찾아보기 힘든 동네. 손바닥만 한 공원 하나가 전부인 동네.

다닥다닥 붙은 상가들 위로 노쇠한 건물의 지친 숨결이 들려오는 동네. 재미없게 구획된 좁은 골목들의 회벽 삭막함이 묻어나는 동네. 수원의 그림자 세류동과 권선동의 경계지점에서.


인구밀도 높은 이곳은. 그러나 나름의 생명력과 삶의 편의를 구축하고 있다. 병원, 학교, 유치원, PC방, 온갖 종류의 상점들과 심지어 철물, 페인트, 자동차 부품, 공업사, 펫 샵, 미용실, 원단 가게, 음식점... 교통편도 아주 불편하지는 않고. 특히 시립도서관이 하나 지어진 후로는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평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 동네를 상상하면 떠오르는 색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어떤 이는 탁하고 짙은 '남색'이라고 표현했다. 전혀 생동감이 없는 것은 아닌데, 쨍함이 없다는 것이다. 생명력이 있으나 어딘가 침체되고 침울하다고. 심지어 20여 년 이 곳에서 장사를 해 온 어떤 이는 '검은색'이란다. 사람들이 '차갑기 때문'이라고. 그래서인지 그이는 유독 많은 화분을 가게 앞에 내어놓고 세류동 작은 숲을 일구고 있었다.


쉼이 없는 곳에서 넉넉함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돈의 유무가 삶의 질을 좌우하니 인간성마저 훼손되기 쉽다. 자본으로 재편된 사회에서 인간의 가치는 생산성으로 평가되고, 그 무게 또한 너무 쉽게 평가절하된다. 자연을 밀어내고 일군 도시. 그 도시 안에선 사람을 밀어내고 자본의 성이 세워졌다. 이제는 모두가 그 그늘 밑에서 숨 가쁘다.


그냥 편하게 작게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적어도 이 곳에선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고. 당신이 가진 소소한 삶의 기술에 주목하며. 당신이 풀어내는 이야기와 그림과 노래가 소중하고. 그렇게 엮어진 다양한 세계들이 생태계가 되도록. 다소 추상적이고 막연하지만 한 작은 공간의 시작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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