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의 붓을 잇대어 넓게 한 붓, 크게 내려 긋고 또다시 옆으로 가로지르는데, 이번엔 다른 색이다. 마치 하늘과 땅이 맞닿고, 공간과 그 속에 무수한 생명들이 서로 만나듯 그의 작품은 단순해 보이나 많은 것들을 품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그저 푸르고 깊고 광활한데, 가까이 다가가니 다양한 색감들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지난달, 안국동 사이아트 스페이스(2018. 10.9-10. 14)에서 열린 전시 <쉼, rest>에서 만난 작가 이종경의 작품이다.
주의 깊게 선택된 단 색의 큰 붓질, 조형적 균형이 엿보이는 큰 선이 가로 세로 중심을 잡아주고, 선이 시작되거나 혹은 끝나거나, 때로는 옆 선에서 뭉치거나 섞인 색이 신비로운 풍경(색감)을 연출하기도 한다. 작가의 의도와 우연의 조화가 만든 예술. 시선을 머물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작가 이종경은 자신의 작업을 <쉼, rest>이라고 명명하였다. 작업을 하는 것 자체가 그에게 쉼을 준다는 것인지, 작업을 통하여 쉼을 표현하고자 한 것인지, 그의 작업 속에는 확실히 쉼표와 같은 여백, 공간이 존재한다. 마치 수채화처럼 맑고 투명한데, 색깔은 다채롭고 깊으며 군더더기가 없다.
‘색'과 ‘빛깔’의 조화로 채워진 작품들 속에는 ‘깎이고', '씻기고', '비워져' 투명한 맑음이 존재한다. 마치 하늘처럼, 숲처럼, 텅 비어 파랗게 보이지만 실은 대기 속 무수한 공기 입자가 빛을 반사해 색을 드러내듯, 다채로운 생명들이 한데 어우러져 거대한 숲의 형상으로 드러나듯, 그의 작품 안에는 그렇게 우연과 시스템의 조화가 숨겨있다
고르게 굵은 한 선을 내려 긋기 위해 숨조차 참아야 하는 긴장. 무수한 실패와 반복과 연습이 깎아낸 고행과도 같은 작품. 그 속에서 오히려 '쉼'과 같은 여백을 만나게 되는 아이러니. 작가의 내공이 엿보인다.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만난 기쁨에 반가우면서도 왠지 모를 숙연함... 삶의 깊이일까 작품의 깊이일까. 단순하나 깊은 이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것들을 영성이라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