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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자몽 Jun 18. 2017

알쓸신잡 1~3회, 재밌게 본 이유

생각꺼리를 던져주는 "그들의 수다", 여행풍경과 음식은 거들뿐

원래 요일 바뀌고 시간 가는 것에 무심한 편이었는데, 요샌 좀 달라졌다. 언제 금요일이 오나? 하고 예전보다 더 금요일을 기다리게 됐다.


3주째 금요일 9시 50분이 되면, 오늘은 어떨까? 기대에 부풀어 TV앞에 앉았다.

시작하기 전 제공됐던 미리보기편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았던 <알쓸신잡>은 기대했던만큼 재밌었다.



처음에는 여행지 풍경에 와... 감탄하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에 입맛을 다셨는데(밤 10시가 넘어가는 시간이다 보니 아무래도) 3회쯤 보다보니까 "그들의 수다"가 이 프로그램에 주인공인 것 같았다.


이것저것 그냥 막 던지다가 가닥이 잡혀가는 것처럼 보이는 수다가 재밌었다. 듣다 보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나도 저것 궁금했는데. 하는 공감을 할때가 있었다. 예를 들면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하면서 뇌의 퇴화 또는 글쓰기의 감이 떨어진다고 통탄하기도했는데 꼭 그런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할때는 심각한 표정으로 끄덕거리며 봤다.



각자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같은 여행지를 여행하면서 교집합을 만들어내고, 그걸 중심으로 이야기 반, 여행 반으로 구성해놓은건 참 잘한 것 같다. 아무리 그분들의 수다가 재미있다지만 장장 1시간반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수다 떠는 것만 나오면 지루할듯 싶다.

여행 가는 동안 같이 밥먹으면서 들뜨는 마음으로 나누는 아무 얘기 잔치도 은근 재밌다. 사람이 아무래도 여행가게 되면 흥분되고 평소 묻어놨던 생각들도 막 튀어나올 수 있으니까.



비슷한 시대를 살아서인지 소설 "토지", "태백산맥"을 이야기할때는 한참 그 소설들이 광풍을 일으키던 시절을 떠올렸다. "소년중앙"이나 "어깨동무", "보물섬" 같은 잡지 얘기를 할때는 잡지 보며 고개 끄덕이던 때를 떠올렸다. "모래시계" 드라마가 50% 시청률을 찍어댈때는 밥먹으며 전날 드라마에 나온 얘기를 심각하게 하기도 했다. 맞다. 1990년대 무렵이 되어서야 비로서 빨치산이든 5.18 민주화 항쟁에 대한 이야기 등등을 문학이든 드라마든 넓은 세상에서 꺼내서 놓을 수 있었지... 그런 생각도 했다.



고등학교 때 숙제하느라 의무감으로 읽어서 별 감흥이 없던 "무진기행"을 다시금 생각해봤으며, 대학교때 조별 발표로 선택했던 백석 시인의 시와 생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시를 읽고, 공들여 발표 자료 준비했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했다.

점수 학과를 선택해서 간 것이라 깊은 사유와 철학이 필요한 문학을 논하기에 내 자신이 많이 모자랐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이해도 못하면서 괜히 뭐라도 된냥 "창작과 비평"이니 "이상문학상 전집"이니 하는 두툼한 문학 잡지 보던 그 시절이 생각났다.



그들의 정신없는 수다를 보고 들으며, 기억 저 밑바닥에 묻어둔 그때 그 시절 생각이 났던거다. 그런데 그게 정말 좋았다.



도대체 어떤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런 많은 생각과 기억과 추억을 짧은 시간동안에 막 떠올릴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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